감독, 휴식 차원 선발서 손 제외
선제골 일격 당하자 후반 투입
날선 침투로 PK골… ‘EPL 7호’
손 “승리 했어야” 팀 분발 독려
정우영도 獨리그서 역전 결승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캡틴’ 손흥민(33)이 9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 28라운드 홈 경기에서 선발출전하지 않았다. ‘핵심전력’인 손흥민을 특별 관리하겠다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의 의중이 실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이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치자 후반에 손흥민 카드를 꺼냈다.
손흥민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에 한 골 더 내주고 패배할 뻔했던 팀을 극적인 동점골로 구해낸 것이다.

후반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를 밟은 손흥민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그는 후반 9분 왼쪽 페널티 박스 측면을 따라 중앙으로 공을 몰고 올라오다 벼락같은 슛을 때렸다. 일명 ‘손흥민 존(지역)’으로 불린 곳에서 찬 공은 본머스 골문 하단을 향해 날아가다 골대를 맞고 밖으로 나갔다.
토트넘 공격은 손흥민 투입 후 활기를 찾았지만 수비는 그러지 못했다. 토트넘 수비진은 후반 20분 집중력을 잃고 본머스 이바니우송에게 공간을 내주며 추가골을 허용했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남은 시간이 25분에 불과하자 토트넘 선수들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후반 22분 파페 사르가 중거리 슛으로 본머스 골망을 흔들면서 추격의 고삐를 조였다. 그 선두에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후반 37분 폭발적인 스피드로 본머스 수비 뒷공간에 침투한 뒤 패스를 건네받았다. 순간 본머스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공을 빼내려 뻗은 손에 손흥민이 걸려 넘어졌다.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직접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긴장될 법도 했지만 배짱 있게 파넨카킥(키퍼의 예상과 달리 골대 한가운데로 가볍게 공을 차는 것)으로 득점을 올렸다. 손흥민의 리그 7호골(9도움)이자 공식전 11호골(10도움)이다. 그렇게 두 팀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토트넘은 EPL 중하위권에 머무르며 순위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을 보탠 토트넘은 10승4무14패(승점 34)로 리그 13위에 그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도 4라운드(32강)에서 탈락했고, 리그컵에서는 준결승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토트넘이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해볼 만한 대회는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LE) 하나뿐이다. 하지만 UEL 16강에서도 토트넘은 AZ 알크마르(네덜란드)에 0-1로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다. 14일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반드시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우승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장 손흥민이 체력 안배에 신경 쓰며 2차전을 대비할 수 있도록 본머스와의 경기에 교체 카드로 활용한 듯하다.
실제 이날 전반에 쉬며 체력을 비축한 손흥민은 무서웠다.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후반전만 뛴 손흥민에게 최고 평점인 8점을 줬을 정도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인 후스코어드닷컴과 풋몹은 각각 팀내 세 번째로 높은 7.1점과 7.7점을 줬다.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중요한 순간 손흥민은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이번 페널티킥골은 손흥민이 맡은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팀이 승점을 챙기지 못한 것에 자책하면서 동료 선수들에게도 ‘더 분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본머스가 뛰어난 팀이지만 홈에서 승점 3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 우리에게 충분하지 않은 만큼 계속 노력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 분데스리가 우니온 베를린에서 뛰는 정우영(26)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이치뱅크 파크에서 열린 25라운드 프랑크푸르트와 원정경기에서 역전골을 터트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1-1로 맞선 후반 26분 출전한 정우영은 센터서클 부분부터 공을 몰고 들어가 수비 둘을 제치고 후반 33분 왼발 슛을 터트렸다. 정우영은 리그 3호골로 지난해 11월30일 이후 모처럼 골 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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