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보복은 상징적 의미였지만
이번엔 美 ‘아픈 곳’ 찌르며 반격
전문가 “단계별 조치 준비한 듯”
구글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이어
애플도 조준 … 美기업 제재 박차
“괴롭힘 거두고 협력하길 권한다”
中 외교부 ‘대화의 문’도 열어둬
중국이 미국의 ‘10+10%’ 관세 추가부과에 대해 미국의 ‘아픈 곳’을 찌르며 반격에 나섰다.
앞서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의 2차 10% 관세 인상이 시작된 지난 4일 공고를 통해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총 29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 인상하고, 수수·대두·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총 711개 품목)에 대한 관세는 10% 높인다고 발표했고, 이날 발효됐다.

이번 관세 전쟁은 미국이 지난달 4일부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문제를 이유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이달 4일부터 여기에 관세 10%를 더 매기고 있다.
중국의 2차 보복관세 발효일이 공고 당일이 아닌 10일로 공지되면서 남은 기간 동안 실제 추가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를 놓고 양측이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 등 협상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양국 간의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운데 이날 중국 측의 추가 보복관세가 발효된 것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번에 비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전망이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 중 농·축산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더 아픈 부분에 대해서 타격을 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농·축산물에 보복관세를 집중적으로 부과한 것은 중국 정부의 식량 자급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고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보복은 옥수수와 대두 등 미국의 주요 농산물 생산지역인 아이오와·오하이오·인디애나 등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곳들은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공화당의 표밭이기도 하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이날 “중국이 준비를 단계별로 해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며 “1차 보복관세 때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은 부분에 대한 것이었고, 이번에는 그보다 조금 더 중요한 농산물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반응을 보며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한 것일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4일 텅스텐과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 반도체, 배터리, 군수품 제조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도 즉각 발효했다. 또 캘빈클라인와 타미힐피거 등 유명 의류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 기업 PVH그룹과 생명공학 업체 일루미나 등 미국 기업 2곳을 ‘신뢰할 수 없는 업체’ 명단에 올리며 제재를 시작했다.
이 밖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 구글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는가 하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에 대해서도 반독점법 위반 관련 조사 실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돼 미·중 관세 전쟁이 재발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60% 대(對)중국 관세’를 공언해 온 만큼 양국 간 관세 전쟁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10+10%’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60% 이상에는 한참 못 미치고 중국의 보복 조치도 일부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간의 협상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은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4일 “미국이 다른 속셈이 있어 고집스레 관세 전쟁, 무역 전쟁, 혹은 무슨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함께할 것(맞설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괴롭힘의 태도를 거두고 조속히 대화와 협력의 올바른 궤도로 돌아오기를 권한다”고 했다.
중국이 지난달과 이달 보복 조치에 모두 6일간의 시간을 뒀고, 모든 중국산 상품을 겨냥한 미국과 달리 전면 대응을 자제한 것 등을 두고 내수·부동산 침체 속에 경제 근간인 수출(무역)은 지켜내야 한다는 중국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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