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법원 내부망에 유감글
“전국 형사재판부에 큰 혼란 예상”
구속취소 논거, 타 재판에 영향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 논란 여지
법원 “구속기간 만료 안 됐어도 취소”
기소 적법성·증거능력 쟁점화 전망
검·경 인지 사건까지 함께 기소
본안 재판엔 영향 주지 않을 듯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날’, ‘시간’ 구속기한 논쟁은 사법부와 수사 당국 간 내부 논쟁을 촉발했다. 구속취소 결정의 논거들이 윤 대통령 본안 재판에 더해 다른 내란 혐의 피고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반박도 나온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수사와 기소의 적법성 등 절차적 문제 제기를 이어온 만큼 1심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법원 판단이 이대로 굳어지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기간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날·시간’ 논쟁에 “구속기한 줄듯” 우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김도균 부장판사는 이날 코트넷에 ‘구속취소 유감’이라는 글을 통해 구속 기간과 관련한 구속취소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구속 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할 경우, 피의자의 ‘이유 없는’ 부당한 적부심 청구에 방해당한 수사기관의 수사 기간을 보장할 수 없다”며 구속 기간의 상당 기간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항고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적부심이 청구된 모든 사건에 관해 모든 형사재판부가 구속일수를 다시 계산하여야 하는지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법원 관계자는 “1심 단계에서의 결정인 만큼 대법원 판례와 같은 법리의 기능까진 없을 것”이라고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심 재판 과정에서 내려진 ‘결정’인 만큼 윤 대통령 재판에서는 확정적인 효력이 있겠지만, 다른 재판부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평가다.
한편에서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은 석방됐고 내란 부화수행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은 여전히 구속 상태인 터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미 내란에 동조해 기소된 피고인들이 보석 등을 청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 석방으로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피고인들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 등을 이유로 진술을 일부 바꿀 공산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해소되지 않은 ‘내란죄’ 수사권 논란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 ‘논쟁의 여지’를 해소해야 한다며 “설령 구속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 하더라도 구속취소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했다. 결국 첫 번째 구속취소 사유로 밝힌 구속 기간 만료 문제보다는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에 이번 취소 결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본안 재판에서 유무죄 다툼 이전에 기소의 적법성과 증거능력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나 특별검사 등이 수사를 한 뒤 검찰에 송치해 다시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판사 출신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공소제기 절차 부적법성을 들어 공소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적법한 수사권을 가진 수사기관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하고 기소하면 된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구속취소 결정이 본안 재판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 기소 당시 공수처뿐 아니라 경찰에서 받은 윤 대통령 사건 6건을 함께 묶어 재판에 넘겼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윤 대통령을 기소할 때 공수처 사건뿐 아니라 거기에 경찰과 검찰이 인지한 것을 함께 기소해 수사권 문제를 해소하려 한 것 같다”며 “공수처가 수사한 증거가 독수독과(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로 날아간다 하더라도 다른 증거로 충분히 공소유지 가능하다고 본다. 그 안전장치를 검찰이 미리 마련해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尹 석방 후 집회·시위는 격화
윤 대통령 석방을 기점으로 탄핵심판 찬반을 둘러싼 시위는 더욱 격화하고 있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 시위 격화를 우려해 헌법재판소가 있는 서울 종로·중구 일대를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박현수 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선고일 당일 해당 구역을 8개로 나눠 서울 지역 경찰서장(총경) 8명을 각 지역장으로 투입하고 형사기동대, 기동순찰대, 지역 경찰, 대화경찰 등으로 구성된 임시부대를 두겠다고 했다.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 시 지정된 선례가 있다. 탄핵심판 선고일에는 경찰력이 100% 총동원되는 갑호비상 발령도 유력하다. 또 시위대가 주유소, 공사장 등 위험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 직무대리는 “헌재로부터 100m 이내 구역은 집회금지지역이라 차벽으로 다 둘러싼 ‘진공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폭력사태에 대비해 캡사이신, 120㎝ 경찰 장봉 등을 활용한 훈련도 하고 있다. 비상상황을 대비해 구급차나 112 순찰차를 집회현장에 사전 배치하고, 시위대가 주유소, 공사장 등 위험시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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