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대응 선언 與도 1인 시위 방치
장외 선동 자제하고 승복 약속해야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장외정치가 격렬해지고 있다. 전국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지난 8일부터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일대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때까지 단식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지지자도 격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일 헌재 앞에서 삭발식까지 감행하며 ‘탄핵 기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자칫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라도 일어날까 우려스럽다. 여야 정치 원로들이 그제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의 국회 결의안 채택을 촉구한 것은 이런 위험성 때문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불난 데 기름을 끼얹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 등 야당 의원 5명은 어제 헌재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 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9일부터 광화문에서 진행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단식에 어제는 김준혁 의원 등 야당 의원이 대거 합류했다. 당 차원에서 탄핵 심판 선고 때까지 광화문에서 ‘장외 투쟁’에 전력하겠다는 속셈이다. 제1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여론전을 벌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김동연(경기)·강기정(광주)·김영록(전남) 등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까지 1인 시위에 나선 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논란을 자초하기 십상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도긴개긴이다. 야당에 맞대응하지 않고 원내 대응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윤상현·박대출 등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어제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1인 24시간씩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각자 소신과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말은 무책임하다. 경찰이 탄핵심판 선고 당일 헌재 주변 100m를 차벽으로 둘러싸고 ‘갑호비상’ 발령까지 검토하고 나선 마당에 지지자를 자극하는 행위는 자제시키는 게 옳다.
지금과 같은 여야의 행동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조장과 다를 게 없다. 여야는 헌재의 결정에 승복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확약하고 지지층에도 이를 호소해야 한다. 지금 국회가 초당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국회를 팽개치고 원색적·극단적 주장이 난무하는 장외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지지층을 겨냥한 편 가르기에 목청을 높일 때가 아니다.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혼란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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