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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 ‘유엔 5사무국’ 유치 박차… “한반도 평화 전기 마련을” [심층기획-대한민국, 위기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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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3 06:00:00 수정 : 2025-03-13 10: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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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신통일한국의 비전
2회 - 항구적 평화체제 구현

유엔·남·북 공간적으로 공존하는 방식
남북갈등 재발해도 군사력 행사 못해
세계 냉전·분단 잔재 청산의 의미도

“DMZ 일대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
문선명·한학자 총재 오래전부터 제안

사무국 설치 성사 땐 남북통일 기여
대한민국 국제위상 제고 등 시너지↑
정부 차원 공론화·외교적 노력 시급
남북공동추진위 구성해 의지 표명도

올해는 해방 80주년, 그리고 분단 80년이 되는 해다. 지난 80년간 한반도 통일과 평화의 기운을 진작시키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다. 내전에서 비롯된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고 남북한이 공생(共生)·공영(共榮)하는 미래를 열고자 하는 열망이 그 동력이었다. 한민족이 공생·공영의 열매를 맺으려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뿌리내려야 한다. 남북한 평화통일이 궁극의 목표다.

 

냉전과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분단 80년간 ‘금단의 땅’ 으로 방치돼 있는 DMZ. 연합뉴스

하지만 통일의 당위성에도 한반도 정세는 냉온탕을 오가면서 정전체제를 고착화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논의가 정치권 등에서 꾸준히 거론됐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회담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합의는 북핵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데다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실현되기 어렵다.

최근 북한은 두 개 국가론을 내세워 남북한 영구분단을 꾀하는 지경이고,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 대립 구도는 한층 선명해졌다. 한반도에 신냉전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제3의 대안을 찾는 일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하자는 제안은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2019년 8월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피스로드포럼 재단이 주최한 ‘제5 유엔사무국 한국유치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반도 평화체제, 유엔 품어야

‘평화체제’란 항구적인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무형의 규범과 제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구현되려면 ‘한국전쟁과 관련한 남북한 및 북미 간의 적대관계 해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평화적 전환’, ‘북한의 비핵화’, ‘평화번영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의 제도화’ 등 많은 과제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남북한 회담, 한반도 주변국을 포함한 다자회담, 북미정상회담 사례를 보더라도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설사 합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남북한 갈등의 재발이나 미·중 패권경쟁 격화 등 국제 정세에 따라 협정의 존속 여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제평화를 담보하는 유엔의 핵심기능을 한반도에 유치함으로써 유엔과 남북한이 공간적·물리적으로 공존하는 방식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도모하자는 게 ‘DMZ 유엔 제5사무국 유치’ 구상의 핵심이다.

한반도 DMZ는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다. 이곳을 평화의 심장이 박동하는 곳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한반도에서 냉전과 분단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 훌륭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 세계평화연합(Universal Peace Federation, UPF)을 창설한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일찍이 한반도 DMZ 일대를 유엔기구와 평화공원을 담은 유엔 관리하의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구상을 제안한 적이 있다. 한학자 총재는 유엔 창설 70주년인 2015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유엔 제3사무국에서 “새로운 유엔 미래 70년을 위해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DMZ 평화공원 및 유엔 제5사무국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DMZ에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에 역사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남북한의 갈등이 재발한다고 하더라도, 또는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 안보 불안이 증대한다고 해도 전 세계의 외교관이 상주하고 있는 유엔 제5사무국의 공간에서 군사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북 공동외교로 국제사회 설득해야

유엔 제5사무국 유치를 현실화하려면 국내외에서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특히 왜 한반도 DMZ가 유엔 제5사무국을 위한 최적의 장소인지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에 유엔사무국이 설치된 곳은 미국 뉴욕,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케냐의 나이로비 네 곳이다. 유독 아시아 지역만 유엔사무국 설치에서 소외됐다.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 대륙에 있는 유엔 회원국만 54개국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인구와 나라를 품고 있는 아시아는 세계의 어떤 지역 못지않게 유엔 차원의 거버넌스가 필요한 지역이다. 동남아시아 곳곳에서는 종교 갈등으로 인한 테러가 끊이지 않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비경쟁은 핵도미노로 이어질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제네바사무국이 주로 인권, 보건, 무역, 노동 등과 관련한 활동에 무게를 두고 빈 사무국은 군축, 마약·범죄, 난민, 나이로비사무국은 아프리카 지역 현안과 환경·거주 관련 기구를 두고 있다면 DMZ사무국은 한반도 평화의 안정적 관리와 더불어 동북아 군비 통제, 핵도미노 예방을 비롯한 안보 문제에 집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세계 평화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유엔의 평화 창설, 평화 유지, 분쟁 후 평화 건설 기능이 아시아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유엔 제5사무국의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 평화를 위한 공공재로 봐야 한다. 6·25전쟁 당시 미군과 유엔연합군,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한반도에서 충돌했듯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국제전이 될 것이 명백하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핵도발로 인한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DMZ에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하는 것은 종전 상황에서의 한반도 평화 관리뿐 아니라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길이기도 하다.

 

 

2014년 10월31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 경기도 주최로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유엔과 한반도평화 국제회의’에서 참석자들이 DMZ에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하는 제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엔 제5사무국 유치를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과 함께 정부 당국의 의지와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국제기구의 신설 및 유치는 1988년 올림픽 경기 유치나 2002년 월드컵 경기 유치 못지않게 국민적 성원과 국가적 차원의 자원이 집중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경기가 끝나면 그 열기가 사그라들지만, 유엔 제5사무국은 일단 DMZ에 유치되면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에 기여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과의 공동 노력 또한 절실하다. 평화를 건설하려는 남북한 당사자의 일치된 노력 없이는 국제사회에 외교적 지원을 호소할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북한 공동외교를 유엔 제5사무국의 한반도 DMZ 유치를 위한 깃발로 앞세워야 하는 이유다. 가칭 ‘유엔 제5사무국 한반도 DMZ 유치를 위한 남북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남북한 모두와 수교를 맺고 있는 157개국을 비롯해서 모든 유엔 회원국을 하나하나 설득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파견하는 평화 전담 외교관들로 한반도 DMZ를 가득 채워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한반도 DMZ가 더 이상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금단의 땅이 아니라, 평화를 잉태하는 생명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외교적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기필코 이뤄내고 동북아 평화와 세계 평화의 실현에 남북한이 헌신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문병철 세계평화연합 통일정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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