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중, 비만 못지않게 대사질환·자살 위험↑
최근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체중 감량 움직임이 늘면서 섭식장애를 진단받은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마른 ‘저체중’은 비만 못지않게 대사질환과 정신건강에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저체중일 경우 자살에 의한 사망 위험도가 정상 체중보다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섭식장애를 진단받은 여성 환자는 2020년 7691명에서 2023년 1만613명으로 3000명가량 늘었다.
진입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섭식장애를 진단받은 19세 이하 여성은 2020년 779명에서 2023년 1277명으로 63% 급증했다. 지난해 30대 이하 여성 환자 비율도 40% 이상을 차지했다.
SNS를 타고 비현실적인 미(美)의 기준이 유행하면서 정상 체중인 여성도 스스로를 비만 체형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월 발간한 ‘성인 체질량지수 분류에 따른 체중감소 시도율’ 보고서를 보면, 20대 여성 10명 중 3명은 정상 체중인데도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했다.
체중 감소를 시도한 20대 여성은 53.9%로 절반을 넘었다. 20대 여성의 14.8%는 저체중이었는데, 이들의 16.2%도 체중 감량을 시도했다.

실제로 SNS에는 마른 체형을 극대화한 ‘개말라 인간’, ‘뼈말라 인간’ 같은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또 운동보다는 먹고 토하는 섭식장애 유형이나 극단적 단식을 하는 ‘프로아나’(pro-anorexia·거식증 찬성) 팁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저체중은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할 가능성이 커 당뇨나 지질대사 이상 문제, 골다공증, 근감소증 등 여러 대사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밖에도 호르몬 생성이 저해되면 우울증과 불안 증상 등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특히 저체중인 사람은 자살로 인한 사망 위험이 정상 체중보다 1.5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준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에 따르면,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404만여명의 BMI와 자살 사망 위험을 2021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저체중 집단은 정상 체중 대비 자살 위험이 1.44배 높았다. 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 신장 질환 유병률도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저체중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비만에 비해 과소평가된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예방·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체중인 사람들이 비만군이나 정상 체중군보다 자살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기 때문에 향후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선 BMI를 활용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집중적인 예방 캠페인이나 사회적 지원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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