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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오월드 야생동물 정형행동 심각…“재창조사업비 3100억 동물원 시설 개선에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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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18 16:34:30 수정 : 2025-03-18 16: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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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야생동물들의 정형행동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는 대전오월드 시설 개선사업의 방점을 야생동물 복지시설 개선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이 18일 낸 대전오월드 내 주랜드와 버드랜드 등 동물원에서 사는 야생동물의 사육환경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동물 사육 및 전시환경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오월드 동물원 방사장에 나온 프레리도그가 시멘트 바닥에서 땅을 파는 정형행동을 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대전오월드 방사장은 해당 개체와 생태가 맞지 않는 환경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정형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형행동은 동물들이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목표나 목적이 없는 행동을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정형행동의 강도가 세지며 종마다 다른 형태(끊임없이 같은 공간을 뱅뱅 돌거나 머리를 흔들거나 등)의 모습을 보인다.

 

땅에 굴을 파고 생활하는 생태적 특성을 가진 프레리도그는 방사장 모서리를 긁어내고 머리를 집어넣으려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방사장 바닥은 프레리도그의 본성 고려하지 않은 채 시멘트로 만들어졌다.

 

아무르표범도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 벽 쪽에서 1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같은 곳을 원을 그리며 맴도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물기를 닦을 곳 없는 수달은 몸을 물어뜯는 행동을 하고, 곰은 반복하여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인다. 

 

녹색연합은 “생태환경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람객의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좁은 방사장은 동물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다. 스트레스는 정형행동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동물들의 정형행동을 본 일부 관람객들은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수달의 경우 물기를 닦고 말려 곰팡이 등의 피부질환을 피할 수 있는 잔디나 흙 등의 공간과 잠을 자거나 쉴 굴과 같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그와 같은 공간은 조성돼있지 않았다.

 

페루와 칠레 해안 지역에 서식하며 주로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훔볼트펭귄은 12개체가 좁은 수조에 전시되어 있다. 전면이 유리로 돼 관람객의 눈을 피할 수 없이 노출되어 있는 좁은 수조 속에서, 훔볼트펭귄은 막힌 유리 밖으로 계속 나아가려 수영한다. 

 

녹색연합은 야생동물에게 가급적 야생과 흡사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유럽과 미국의 경우 가급적 야생과 흡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생태적인 전시기법’을 도입했다”며 “동물원이 오락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보호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최근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대전오월드의 시설 개선 사업으로 총 3100억 원을 들여 최신식 놀이시설을 구비하고, 워터파크를 만들어 국내 최고 수준의 테마파크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런 계획에 과연 좁은 방사장에서 지속적인 소음 등에 노출되어 고통 받고 있는 생명들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묻고 싶다. 대전오월드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설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공간에서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사는 새로운 시대의 동물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2021년부터 시민들과 함께 대전오월드 내 주랜드와 버드랜드 등 동물원-야생동물의 사육환경 및 전시환경 개선 촉구를 위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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