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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칼럼] 강대국 세력팽창과 중견국의 안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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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23 23:04:02 수정 : 2025-03-23 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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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일방주의적 대외정책 추진
국제질서 불확실성 갈수록 고조
韓·日·濠 등 인태국가 연대 강화
中과도 협력 유지해 비극 막아야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는 20여년 전에 쓴 책에서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안보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세력팽창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로 인해 국제질서는 그러한 강대국들이 상호 대립하는 비극의 장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상호 협력하던 탈냉전 시대에 쓰인 이 책을 읽으며, 이 같은 비관적인 국제정치 분석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선택하는 대외정책 등을 지켜보면서, 비현실적이라고 간주했던 공격적 현실주의 국제정치론의 전망이 자연스레 상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3년 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주변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하였다.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타국의 주권에 속한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가자지구 등의 관할권을 주장하였고, 캐나다에 대해서는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심지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것을 선언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의 협력 대열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국제자유민주주의 질서의 버팀목이던 동맹국 미국이 그 질서를 지탱해온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오히려 러시아 등과 협력을 모색하는 양상을 목도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지역 대미 동맹국들의 전략적 고민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을 대체하여 유럽 여타 국가들에 대한 핵우산을 자신들이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차기 수상으로 선출될 독일 기민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모색하는 것이 자신의 정책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직접 나서서 나토 핵기획그룹에의 참가 희망을 표명하거나 자체 핵무장 가능성도 공공연하게 제기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과 달리 개별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해온 우리나라나 일본, 호주 등 인도태평양(인태) 지역 국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일본의 전직 외교관 및 예비역 자위대 장성들을 포함한 안보 전문가들과 대담을 가졌다. 그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틀에서 국가적 발전을 유지해온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자유민주주의 질서의 약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였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포함하여 자민당 주요 정치인들에게 안보정책 자문역할을 해온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이러한 시기일수록 미국과의 동맹하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국력을 발전시켜 온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하였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강대국들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 추진에 의해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간 자유민주주의와 개방적 경제체제를 발전시켜 온 한국, 일본, 호주 등 인태 지역 중견국가들이 국제질서 안정을 위해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같은 중견국가 연대의 틀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기존의 동맹 및 우방 국가들과의 관계 유지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도 부합됨을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자가 지난 칼럼들에서 제언했듯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함선 등의 재래식 전력 증강이나 에너지 산업 발전에 한국 등이 적극적으로 기여하면서 미국을 지원하는 태세를 보일 필요도 있다. 동시에 한국, 일본, 호주 등 인태 지역 국가 상호 간에 경제나 과학기술, 나아가 군사 분야 안보협력의 어젠다를 확대해, 자강의 태세를 축적함은 물론 역내 안보질서의 안정을 위한 공동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기존에 가동되어온 한일중 정상회의 등의 메커니즘 지속을 통해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강대국 대립이 격화하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미어샤이머 교수가 전망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가능성을 중견국 연대의 구성으로 극복하려는 그랜드 안보전략이 필요하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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