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장 "다시 우리 마을 찾는다면 가족처럼 대할 것"

"정신없는 상황에서 어르신 구출만 생각했어요."
지난 25일 밤 10시께,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은 산불에 불바다가 됐다.
당시 마을에 남아있던 주민은 46명 정도.
그중 가장 젊은 사람은 청년회장인 윤영곤(60)씨였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라 대피가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 산불이 난 줄 모르고 따개비마을에 낚시하러 온 김근우(34)씨가 나섰다.
김씨는 주말을 맞아 구미에서 혼자 낚시하러 이곳을 찾은 상황이었다.
그는 산불이 여기까지 미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눈이 너무 따가워 낚시를 멈추고 마을 앞으로 가니, 어르신 40~50명이 나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차에 있던 물티슈와 물을 전부 다 꺼내 마을 어르신들에게 나눠주며 "눈, 코, 입을 가리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불길을 피해 바다로 들어간 주민이 추위에 떨고 있자 자기 옷을 내어주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소방서에 산불 발생 신고를 하고, 해경이 올 때까지 버텨달라는 소방관의 말에 주민 대피를 시작했다.
김씨와 청년회장 등은 마침 마을에 정박해 있던 약 5t급 작업선에 마을 어르신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청년회장은 파도에 흔들리는 배에 줄을 걸어 선착장과 작업선을 연결했다.
김씨는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을 차례로 작업선에 대피시키고,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은 한 분씩 안아 작업선으로 대피시켰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 김씨가 대피시킨 어르신은 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해경의 구조선이 2척 도착했지만, 마을에 접근이 불가능해 작업선은 마을로부터 300m 정도 떨어진 바다까지 나가야 했다.
작은 작업선에 A씨 포함 40여명이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윤영곤 석리 청년회장은 "불난다고 생각 못 하고 낚시하러 왔다가 같이 고립된 A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주민 대피를 도운 것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미상(65) 석리 이장은 그를 떠올리며 "그도 함께 고립된 처지였지만, 주민 대피를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라며 "대피 당시에는 급해서 간단하게 인사했지만, 다시 연락이 닿는다면 말로 표현을 못 할 정도의 감사 인사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산불 상황이 정리되고 낚시객이 다시 우리 마을을 찾는다면 그분을 마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지내고 싶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주민들은 김 씨가 연락처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고 난 후 연락이 닿지 않아 감사의 인사를 제대로 못 전해 아쉬워했다.
연합뉴스는 김근우씨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김씨와 연락이 닿았다.
김씨는 "이런 일이 있었으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행동했을 것이고, 더 잘했을 거다"라며 "정신없는 상황에서 젊은 사람이 나서서 어르신들을 구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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