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국무회의 절차상 하자 등
‘파면할 정도의 잘못’ 여부 판단 주목
소추절차에 문제 땐 ‘각하’ 택할 수도
‘사회통합’ 관련 메시지 낼지도 관심
박근혜 탄핵 선고 땐 화합·치유 강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낭독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 내용에 관심이 모인다. 헌재가 이 사건 소추 사유이자 5가지 쟁점인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의 절차상 하자 △계엄 포고령 1호의 위헌·위법성 △국회에 군경 투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를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결정문에 ‘사회 통합’이나 ‘헌법·법치주의 수호’ 관련 메시지가 담길지도 관심사다.

◆5가지 쟁점 중 ‘중대한 위헌’ 여부는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은 11차례 열린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이 5가지 쟁점을 놓고 치열하게 맞섰다. 재판관들은 쟁점들에 대한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한 뒤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인지’를 기준으로 각각 인용·기각 의견을 선택한다.
탄핵소추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각하 의견을 택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고도의 통치행위라 사법적 심사가 불가능하다는 점, 국회가 의결 없이 내란죄 혐의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한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5가지 쟁점 중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로 인정된다면 탄핵소추가 인용된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때도 헌재는 4가지 쟁점 중 1가지만 위헌·위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파면했다. 현 재판관 8인 중 6명 이상이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반대로 재판관 3인 이상이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朴 땐 “화합·치유 가는 밑거름 되길”
결정문은 통상 결정과 주문, 이유로 구성되지만 탄핵 찬성·반대를 놓고 국론 분열이 극에 달한 만큼 이 같은 메시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땐 당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모두발언과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통해 ‘화합’과 ‘치유’를 강조했다.
헌재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선고하면서 국론 분열과 혼란 종식, 헌법·법치주의 수호 등 내용을 결정문에 담았다. 당시 이 권한대행은 “선고에 앞서 이 사건 진행 경과에 관해 말씀드리겠다”며 “저희 재판관들은 지난 90여일 동안 이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왔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저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많은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어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진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과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뒤 선고를 시작했다.
당시 별도로 보충의견을 낸 안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다독이는 듯한 첨언을 했다. 그는 “이 사건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되는 우리 헌법의 권력구조가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를 가능하게 한 필요조건”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개인만의 책임이라기보단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취지의 지적이었다.

◆“통합 얘기할 순 있으나 효과 의문”
헌재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도) 일부 재판관이 보충의견 형식으로 국민 통합을 위해서 헌재의 결정으로 더 이상의 어떤 소모적인 혼란이나 분쟁이 있어서는 안 되고 헌정질서의 위기를 초래해선 안 된다는,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변호사는 “다만 꼭 그런 메시지가 들어가야 한다는 건 아니다”며 “지금처럼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 상황에서는 그런 메시지가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그런 메시지를 포함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문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편이라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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