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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트럼프 ‘연아제화’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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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3 23:02:58 수정 : 2025-04-03 23: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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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극체제 중심축 꿈꾸는 러시아
中 등지고 美와 연대 쉽지 않아
트럼프 2기 다극질서 대세 실감
이 와중에 당리당략만 앞세워서야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 종전 협상 행보를 보면 놀라울 정도로 러시아 친화적이다. 그 반면 워싱턴은 베이징에 대해 매우 고압적이고 공격적이다. 이를 두고 다수의 분석가는 1970년대 닉슨 행정부의 대중국 접근과 대소련 견제를 뜻하는 ‘연화제아(聯華制俄)’ 전략, 일명 ‘키신저 전략’의 변형인 ‘연아제화(聯俄制華:러시아와 연합해 중국을 제압한다)’ 전략 또는 ‘역키신저 전략’으로 해석한다.

‘연아제화’ 담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부터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 트럼프에 불리한 여러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구상은 흐지부지되었다. 그러다가 트럼프 2기의 출범을 전후해 ‘연아제화’ 담론이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 전략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 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첫째, 닉슨 시기에 ‘연화제아’ 전략이 가동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소련 견제에 그치지 않고 모스크바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데탕트(Detente), 즉 긴장 완화에도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중국과의 우호 관계라는 지렛대로 소련을 움직여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등의 군비축소와 베트남전쟁 출구전략을 성사시켰다. 경제난에 고전하던 소련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지금 트럼프는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터트리면서 동맹을 불문하고 각국과 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대러 친화 정책이 과연 미국에 어떤 명분과 지속성 있는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둘째, 닉슨이 취임할 무렵 중국은 소련과 전쟁 일보 전까지 갈 정도의 앙숙이었다. 따라서 당시 미국은 그러한 중국에 접근함으로써 소련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에 비해 현재의 러·중 관계는 역사상 최고조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2022년 시진핑의 중국과 ‘한계 없는 협력’을 다짐했던 푸틴의 러시아가 기존의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통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이익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미국과의 연대가 가져다줄 이익이 크다고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셋째, 닉슨 대통령은 스스로 외교의 귀재이면서 헨리 키신저라는 걸출한 전략가를 곁에 두었다. 지금의 트럼프 행정부에도 그러한 전략가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단기적인 이해관계를 중시하고 거래 중심의 대외 정책을 펼치는 트럼프의 성향으로 미루어볼 때 미국의 대러 관계가 ‘연아제화’ 전략의 틀 속에서 일관되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미국 조야의 전통적인 대러 불신 정서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임기 만료 이후에도 러시아 포용정책이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연아제화’ 전략의 핵심 고리인 러시아의 최대 관심사는 다극 체제에서 중심축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긴밀한 러·중 파트너십이 필요한 러시아가 중국과 등지고 미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트럼프의 친러 정책은 러시아에 천재일우의 기회다. 이는 우선 러·우 전쟁 종전 국면에서 러시아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의 대러 우호 정책은 러시아의 대서방 관계는 물론 대중국 관계에서도 유용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연아제화’ 전략과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을 보노라면 이제 강대국 중심의 다극적 질서가 뉴노멀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다극적 세계 질서에 냉정하고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철저히 국익 중심의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기존의 동맹 및 우방과의 협력을 강화하되 사안에 따라 관련국들과 유연한 관계 맺음을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국내적으로는 리더십의 재정립과 초당적 외교가 절실하다. 당리·당략이 국익을 앞서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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