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비함정 도입 과정에서 고의로 성능을 낮춰 발주하고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김홍희(사진) 전 해양경찰청장이 3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청장 수사 과정에서 그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척 관계인 브로커를 통해 승진을 청탁한 혐의 등을 추가로 밝혀내 함께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헌)는 김 전 청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뇌물수수·부정처사후 수뢰,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인척 관계인 한의사 이모(72)씨와 문 전 대통령의 자택을 건축한 건축업자 박모(67)씨 등 브로커 2명도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김 전 청장은 2020∼2021년 청장 재직 당시 3000t급 대형함정 입찰 과정에서 한 엔진 발주업체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해경이 서해 전력 증강사업의 일환으로 도입을 추진한 함정인데, 김 전 청장이 금품수수의 대가로 성능을 낮춰 발주하고 업체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김 전 청장의 금품 수수와 설계 변경 지시 혐의를 직접 수사한 결과, 단순한 해경 간부와 업체 간 유착 사건이 아니라 인사권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브로커를 통해 승진 청탁과 사업 수주, 금품 수수가 이뤄진 “고도의 부패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김 전 청장은 치안감에서 치안총감으로 2계급 승진하는 동시에 해경청장에 임명됐는데, 이 과정에서 김 전 청장과 이전부터 유착관계가 형성된 함정장비 업체 관계자 조모씨 등이 문 전 대통령의 인척인 브로커 이씨와 박씨에게 김 전 청장의 승진을 청탁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김 전 청장이 해경청장 승진 이후 보답으로 조씨 등이 관여된 회사에 함정 엔진 납품 일감을 몰아줬고, 조씨 등은 청탁의 대가로 브로커 이씨와 박씨에게 관련 매출의 3%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청장 임명 전인 2019년에 이미 조씨로부터 해경청장으로 승진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청장이 된 뒤엔 납품 특혜의 대가로 4790만원 상당의 차명 휴대전화와 상품권, 차량 등을 수수했다고 봤다.
검찰은 조씨 회사가 납품한 해군 신형 고속정 엔진에서 실린더 파손 문제가 발생해 해군과 방위사업청의 감사가 이뤄지게 되자 이씨가 감사 무마를 청탁하는 대가로 3억여원을 수수한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포착했다.
브로커 이씨와 박씨는 김 전 청장의 승진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해군의 감사를 무마해주는 명목으로 조씨 회사로부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4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문 전 대통령과 중학교·대학교 동문이며, 그의 배우자가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종사촌 관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지난달 17일 구속됐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김 전 청장과 함께 조씨 측으로부터 상품권과 차량 등을 받은 현직 총경 2명과 함정장비 업체 관계자들을 포함해 총 7명을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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