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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바뀐다고 바로 좋아지겠어?”…탄핵 끝나도 ‘꽉’ 닫힌 지갑 [밀착취재]

입력 : 2025-04-13 06:59:51 수정 : 2025-04-13 11: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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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도 경제적 불확실성 여전
고물가·미국 관세정책 등 자영업자·유통업계 고심

“4개월 동안 그 난리였는데 뭐 바로바로 좋아지겠어요? 지금 당장 소비가 좋아졌다는 체감은 느껴지지 않아요. 손님들이 그래도 많이 늘기는 하는데 매출이 지난해 이맘때만큼은 아니에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경동시장.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쉽사리 지갑을 여는 이는 많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청과물을 판매했다는 60대 상인 김모씨는 “지난해 말부터 과일,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계엄·탄핵 사태 직후 손님이 확 줄었다. 설 대목에도 사실상 장사를 공쳤다”며 “월 매출은 전년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지나고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달랐다. 소비심리가 즉시 반등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이미 내수 부진이 장기화됐던 상황인 데다 대외 악재까지 겹치며 소비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에선 위기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탄핵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심모씨는 “원재료값부터 모든 게 싹 다 올라 어쩔 수 없이 지난해 가격을 인상했더니 점심마다 왔던 단골들도 끊겼다”며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진 경기 불황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대학가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도 “꽃값이 크게 올라서 올해 졸업·입학 시즌에 기대하던 매출을 못 냈다”며 “하루빨리 대내외 사정이 안정화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거들었다.

 

과거 대통령 탄핵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된 사례도 있지만, 현재 경제·정치 상황은 8년 전과 다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이미 소비 침체 현상은 상당했다. 거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관련 변론이 2월25일 종결된 이후 당초 3월14일이었던 선고 예상일이 늦춰지면서 경제 전반에 불안감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동구 이마트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알리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현재 고금리와 고환율로 인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정책, 국내 양극화된 정치 상황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이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만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소비자심리지수가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떨어진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 이후 한 달 만에 12.3포인트 급락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로, 기준치(100)를 밑도는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탄핵 선고가 미뤄지는 동안 공공과 민간에서 회식과 모임을 자제하고, 축제나 행사가 취소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유통업계도 소비심리 개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홈플러스, 발란 등 대형 유통사 상당수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 등 유인책을 꺼내들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9일까지 식료품을 최대 반값에 판매하는 창립27주년 기념 ‘땡큐절’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고, 신세계그룹은 이달 13일까지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봄 쇼핑 축제 ‘랜더스 쇼핑페스타’를 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국 측면에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기 대선 때까진 미국의 관세 폭탄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소비심리 회복에 모두가 사활을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사진=김수연∙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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