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베스트셀러 게임 스크린에 옮겨
잭 블랙·제이슨 모모아 등 스타들 출격
북미 개봉 2주 만에 7850억 수익 돌풍
Z세대 열광… ‘치킨 조키’ 밈 SNS 확산
웃음 포인트 ‘빵빵’… 허술한 전개 아쉬워
기이한 수치다. 26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가 48%에 불과한데, 일반 관객의 평가인 팝콘미터는 87%로 매우 높다. 50만명이 넘게 참여한 영화 평점 사이트 레터박스의 점수 역시 평균 2.8점(5점 만점)으로 형편없는데, 가장 많은 응답자(21%)가 5점을 줬다(15일 오전 10시 기준). 이 영화가 좋은지에 대해 평론가와 관객 사이, 관객 내부에서조차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영화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대형 스크린으로 옮겼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게임’을 실사화한 최초의 시도다. 줄거리는 이렇다. 미국 어느 폐광. 나니아의 옷장을 열듯 포털을 통과하면 미지의 세계 ‘오버월드’로 진입할 수 있다. 산과 나무, 구름과 달까지 모든 것이 네모 형태로 이뤄진 마인크래프트 세계관이다. 이곳에선 마음껏 광물을 캐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건설할 수 있다. 하지만 밤마다 좀비 군단이 기어 나오고, 지하세계 ‘네더’를 통치하는 돼지 군주 ‘말고샤’의 침공으로 오버월드가 위험에 빠진다.
스토리는 조악하지만, 두 배우만은 강력하다. 마인크래프트의 시그니처 캐릭터 ‘스티브’ 역을 맡은 잭 블랙과 한물간 게임 챔피언 ‘개릿’을 연기하는 제이슨 모모아다. 할리우드 최고의 코미디 배우라 칭해도 손색없을 잭 블랙은 이 영화에서 전례 없이 ‘잭 블랙스러움’을 폭발시킨다. 그가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만은 가장 차가운 심장을 가진 관객도 비실비실 삐져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개릿 캐릭터는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서너편 속 인물을 대강 조합해 찍어낸 듯 진부하지만, 제이슨 모모아는 만화 같은 연기로 불안정하고 과장된 캐릭터에 놀라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지난 4일 북미 개봉 후 2주 만에 전 세계에서 5억5200만달러(약 785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올해 최대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14일(현지시간) “올해 첫 번째로 전 세계에서 10억달러(1조422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영화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성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영화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 관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현상과 관계가 깊다. 영화 개봉 첫 주말부터 스티브가 “치킨 조키!”를 외치는 등 영화의 주요 장면들에서 극장의 관객들이 대사를 따라 하며 박수와 함성을 지르고, 팝콘을 던지는 떠들썩한 난장판을 만드는 광경이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치킨 조키’ 트렌드는 빠르게 밈으로 자리 잡았고, 관객들은 음료를 쏟아붓거나 폭죽을 터뜨리는 등 난동을 부리며 흥분한 모습을 더욱 활발히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어떤 영상에서는 살아 있는 닭을 들고 온 관객이 퇴장당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일부 극장은 이러한 소동에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는 등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관객은 환불 없이 퇴장시킬 것”이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러한 행태가 보도되자 잭 블랙은 지난 주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 극장 상영회에 예고 없이 나타나 “팝콘을 던지지 말고, ‘치킨 조키’를 외치치도 말라”고 경고하며 분위기를 잡고, 극 중 캐릭터를 재현하며 익살을 부렸다. 그를 알아보고 열광한 관객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는 장면이 다시 SNS로 확산하며 영화 주목도를 높였다.
마인크래프트의 열성 팬들에겐 선물 같은 영화겠지만, 재러드 헤스 감독은 이 게임을 즐겨본 적 없는 관객이 어떻게 러닝타임(약 100분)을 견디도록 할지 깊이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영화는 수익 창출만을 위해 만들어진 IP 기반 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따른다. 플롯은 허술하고, 액션 시퀀스는 기계적이다. 좀비와 싸우고, 말고샤의 군대를 피해 날아서 계곡을 넘어가는 모험담의 전개엔 놀랍다거나 새로운 점이 없다. 혼란스러운 소용돌이 같은 에너지와 빠른 전개로 결점을 봉합하며 질주할 뿐이다.

한 가지 장점은 영화 전반에 억지스럽지 않은 유머가 끼어든다는 것이다. 영화는 줄거리와 배경, 크리처 조형 등 전반에서 노골적으로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2001)를 오마주(헌정 인용)한다. 프로도를 연상시키는 곱슬머리 소년 헨리(세바스티안 한센)를 두고 이 점을 밝히는 던(대니엘 브룩스)의 대사나 영화 후반부 말고샤의 단검 에피소드는 영화를 본 다음 날에도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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