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 스타디움에서의 역사적인 활약 이후 시티즌스 뱅크 파크로 옮긴 첫날 5타수 무안타 3삼진의 굴욕을 당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바람의 손자’ 이정후(27)가 다시금 뜨거워진 방망이를 자랑했다.

이정후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 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양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뉴욕 양키스 3연전에서 이정후는 9타수 4안타(3홈런) 7타점 5득점 4볼넷으로 맹활약했다. 3연전 첫 날 올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뜨린 이정후는 3연전 마지막날 4회 추격 솔로포, 6회 역전 쓰리런포를 터뜨렸다.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양키스를 상대로 1경기 2홈런을 때려낸 것은 이정후가 처음이었다. 윌리 메이스, 배리 본즈 등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메이저리그를 통틀어도 최고의 전설들도 해내지 못한 대업을 한국에서 건너온 교타자 이정후가 해낸 것이다. 게다가 홈런 2개를 ‘왼손 저승사자’라 불리는 좌완 카를로스 로돈을 상대로 뽑아냈다. 로돈이 좌타자에게 한 경기에 홈런 2개를 허용한 것은 이정후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뜨거운 타격감을 갖고 시티즌스 뱅크 파크로 옮긴 이정후는 스타일을 구겼다. 15일 필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게다가 삼진을 3개나 당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한 경기에 삼진을 3개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하루 만에 타격감을 곧바로 회복했다. 첫 타석 땅볼, 두 번째 타석 헛스윙 삼진을 당한 이정후는 세 번째 타석에서 타격감을 폭발시켰다. 이전 두 번 타석에서 공략해내지 못했던 상대 선발 헤수스 루자르도의 초구 83.7마일(135km)짜리 스위퍼를 때렸고, 이 타구는 1루수 브라이스 하퍼를 지나 우익스 닉 카스테야노스에게로 향했다. 이정후의 올 시즌 아홉 번째 2루타였다. 이 2루타로 이정후는 다시 메이저리그 2루타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정후는 카일 파머(콜로라도 로키스), 카일 터커(시카고 컵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2루타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었다.
2루까지 출루한 이정후는 홈도 밟았다. 채프먼이 볼넷을 골라내며 1사 1,2루 기회를 이어간 가운데 상대 우완 불펜 오리온 커커링의 폭투로 1사 2,3루 찬스를 이어갔고 플로레스의 유격수 땅볼 때 3루주자 이정후가 득점하면서 3-2 리드를 가져갈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6,7회에 2점씩을 내주며 3-6으로 역전을 당했다. 필라델피아는 8회 핵심 불펜인 좌완 호세 알바라도를 8회에 마운드에 올렸고, 샌프란시스코는 헬리엇 라모스와 윌리 아다메스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타석엔 이정후. 상대는 100마일(약 160.9km)의 싱커를 자랑하는 알바라도. 천하의 이정후도 알바라도의 광속 싱커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정후는 1B-2S에서 4구째 99.2마일 싱커가 바깥쪽 낮은쪽에 형성되자 방망이를 내려다 멈췄다. 이 공은 스트라이크존에 완벽하게 걸치며 들어왔지만,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삼진을 당할 위기를 주심의 행운섞인 콜로 벗어난 이정후는 3B-2S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끌고 갔고, 알바라도의 8구째 100마일(약 160.9km) 싱커를 공략해 우전 적시타로 라모스를 홈으로 불렀다.
이정후의 안타로 4-6까지 따라붙은 샌프란시스코지만, 알바라도도 강했다. 맷 채프먼을 팝플라이, 윌머 플로레스를 삼진, 케이시 슈미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아냈다.

결국 이날 경기는 필리스가 6-4로 승리했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이정후는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다시금 타격감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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