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 목소리 흉내 등 신종피싱 활개
피해금액 2024년 8545억… 1년새 2배 증가
SKT, 금융데이터 연계 위험 실시간 분석
4개월동안 총 2610건 악성 앱 발견 차단
KT, 서울경찰청과 협력 160억원 피해 예방
LG유플 ‘안티딥보이스’ 개발… 정확도 95%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에 팔을 걷어붙였다. 문자메시지를 악용한 스미싱, 인공지능(AI)으로 가족·친구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딥보이스 등 통신망에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활개 침에 따라 통신 3사도 공공 부문과 손잡고 범죄 피해를 막는 데 앞장서고 있다. SKT는 경찰청과 협력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총 2610건의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발견해 차단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찰이 즉시 피해자에게 출동한 덕에 4개월간 약 1070억원의 피해를 미리 막았다.
SKT는 AI 모델 기반 분석을 통해 악성 앱 링크가 포함된 스미싱 문자를 막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받은 악성 도메인과 인터넷주소(IP)도 추적·차단했다. 이후 경찰청의 영장 집행을 바탕으로, SKT의 AI가 악성 앱 설치 가능성이 있는 고객군을 추출했다. 이 데이터를 받은 경찰관은 일일이 피해자들을 찾아가 악성 앱을 없앴다.
앞서 SKT는 AI 기반 이상 탐지 통합 서비스를 개발하고, IBK기업은행과 자사 AI 서비스 에이닷(A.)에 적용했다고 이달 초 밝혔다. 이 서비스에서는 통신 정보와 금융 데이터를 연계해 고객의 보이스피싱 노출 여부와 위험도를 실시간 분석하고 이체·출금을 차단할 수 있다.
KT 역시 올해 1월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서비스를 상용화한 후 2개월간 약 160억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이 서비스에서 ‘주의’ ‘위험’ 등급으로 탐지한 보이스피싱 통화 중 1528건을 확인해보니 정확도가 90.3%에 달했다. 이 중 392건(25%)은 경찰청의 보이스피싱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거나 검찰·경찰을 사칭한 사례로 확인됐다.
KT는 서울경찰청과 협력해 악성 앱 설치로 인한 피해도 막았다. 이 회사는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와 통화하고 악성 앱 설치주소(URL)에 접속한 3667건의 사례를 서울경찰청에 제공했고,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와 연락하거나 찾아가 범죄 피해를 보지 않도록 도왔다.
LG유플러스도 올해 2월 말 서울경찰청과 서울 마포구의 한 고객을 찾아간 결과 큰 금액을 송금하기 직전 막을 수 있었다. 이 고객의 스마트폰은 카드 배송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몰래 설치한 악성 앱 때문에 모든 전화·문자가 탈취되고 있었다. 112나 1301(검찰)로 전화를 걸어도 범죄조직이 받도록 조작된 상황이었다.
LG유플러스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기계로 위조한 음성을 AI가 판별하는 ‘안티딥보이스’ 기술도 개발했다. AI 모델에 사람의 목소리와 AI 위조 목소리를 모두 학습시켜 기계가 만든 발음의 부자연스러움과 음성 주파수 영역에서 비정상적인 패턴을 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자체 시험 결과 분석 정확도는 95%에 이른다고 LG유플러스는 전했다. 이 모델은 LG유플러스의 AI 에이전트 서비스인 ‘익시오’에 탑재될 예정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첨단기술을 등에 업고 진화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악성 앱 등을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2023년 4472억원에서 2024년 8545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2월 보이스피싱 피해 소비자경보 등급을 기존 ‘주의’에서 ‘경고’로 상향했다.
AI로 가족·친구의 목소리를 흉내 낸 딥보이스도 골칫거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AI·데이터 등을 활용한 탐지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AI가 범죄를 잡아내려면 기존 보이스피싱 사례를 학습하는 것이 필수다. 지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들의 민감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후 약 2만1000건의 통화데이터를 텍스트로 바꿔 SKT에 제공했다. 덕분에 SKT는 보이스피싱 탐지·예방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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