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주택관련 조작만 102회 확인
소득·고용 부문에서도 조작 및 비위 적발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 등이 주택 통계를 100차례 넘게 조작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통계작성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감정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직·간접적으로 통계를 조정하게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17일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조사(고용통계)를 대상으로 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는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총 102차례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정하게 했다.
거절해도 청와대·국토부가 지속적 압박

청와대는 2017년 6월쯤 “통계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부동산원에 주중치(작성 중인 통계) 등을 사전제공하도록 지시했다. 부동산원이 조사 기간이 짧아 통계 신뢰성 확보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최소 12차례 중단을 요청했지만, 요구는 계속 이어졌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정황도 감사원이 확인했다.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 부당한 외압이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자,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의 정부발표 내용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고 한다.
일례로 청와대는 2018년 8월24일 서울 지역 주중치가 0.67%로 보고되자, 국토부·부동산원에 용산·여의도 개발계획 보류 발표 및 8·27 부동산대책 등을 반영해 속보치·확정치를 낮추도록 지시했다.
2020년엔 7·10 ‘주택시장 안정 대책’발표 이후 속보치(0.12%)가 전주(0.11%)보다 높게 보고되자 청와대의 압박에 국토부가 변동률을 0.09% 이하로 맞추도록 부동산원에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관계자가 국토부에 전화해 “국토부는 지금 뭐하는 거냐”는 질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표본 보정한다며 조작·은폐”
감사원은 ‘통계 개선’을 명목으로 통계 왜곡이 은폐됐다고도 지적했다. 부동산원이 표본보정을 한다며 표본가격을 조작하거나 표본을 전면 교체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거다.
구체적으로 2019년 1월 표본 1만2615건, 2020년 1월 표본 1946건의 가격을 시세대로 일괄 상향입력하면서 전기 대비 변동률이 상승하지 않도록 이미 확정·공표된 전기 표본가격도 일괄 상향하는 등 전산데이터 조작 행위가 적발됐다.
2021년 7월엔 신표본 변동률 산정부터 한 주간 변동률 상승분을 임의로 여러 주차에 분산 반영하는 방법을 시행해 통계 왜곡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서울의 역삼래미안아파트의 경우 전기 표본가격을 당기에 맞춰 14억2000만원에서 17억3000만원으로 상향해 시세 변동률이 0%가 됐다.

‘소주성’, 일자리 정책에도 통계 ‘마사지’
감사원은 주택통계 외에도 문재인정부의 역점 사업이던 ‘좋은 일자리 만들기’,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통계 조작이나 비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소득 분야 통계에서는 2017년 2·3·4분기 및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통계결과를 왜곡한 사실이 감사에서 지적됐다. 통계청이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 가집계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는 등 통계를 왜곡했다는 내용이다.
고용 부문 통계에서는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와 관련된 비위 사실이 감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당초 통계청은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가집계 결과, 비정규직(기간제) 급증을 예상하고 단시간 취업자 증가 등 여러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비정규직 급증의 주된 원인은 조사방식(병행조사)의 문제 때문이라고 보고, 2019년 비정규직 규모는 ‘전년도 수치와 비교 불가’하다고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이후 통계청은 대통령실 요구를 반영한 보도자료를 수정 후 발표했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국토부·부동산원·통계청의 위법·부당하게 업무처리한 관련자 총 31명에 대해 징계요구(14명)·인사자료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고,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요구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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