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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혼란의 덫에 걸린 음모론자들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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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7 20:00:00 수정 : 2025-04-17 19: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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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간 부정선거를 전파한 김모씨가 세상을 의심하게 된 것은 2016년 11월 한 촛불집회 뉴스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화재가 났을 때 피난 시뮬레이션을 하는 일을 했는데 업무 경험에선 당시 집회가 열린 1만6000평 공간에 100만명이 모였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고 한다. 선거제도 믿을 수 없었다. 개표참관인을 하며 목격한 빳빳한 투표용지는 확신을 낳았다. 그는 “진실은 내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강백의 희곡 ‘파수꾼’처럼 진실을 알리지 않으면 사람들의 피해는 내게 돌아오게 돼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를 맹신하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까지 가담한 남모씨. 그를 음모론으로 이끈 것은 유튜브 알고리즘이었다. 그는 2022년 3월 우연히 인천 부평구의 한 주차장에서 시민들이 투표함 이송을 막아서는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본 뒤 부정선거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같은 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부정선거방지대에 가입해 부정선거를 주장한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소식에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정치에 심취했다. 평범한 자영업자인 남씨는 서부지법 재판을 앞두고 “내가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질렀나”라며 눈물을 흘렸다.

안승진 사회부 기자

깊은 슬픔과 혼란도 음모론의 유인이 됐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장훈씨는 원인불명의 재난 현장 속에서 ‘고의로 배가 침몰했다’거나 ‘외부세력이 개입됐다’는 허황된 음모론들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정부와 전문가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이 규명돼서야 음모론에서 빠져나온 그는 “간절한 사람들이 음모론을 많이 믿는다”며 “복합적인 이유로 사고가 벌어지는데 하나하나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단순한 (음모론) 패턴들을 믿는다”고 털어놨다.

취재진이 만났던 음모론을 믿는, 또 믿었던 이는 모두 평범한 사람이었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제각각 다를 뿐이었다. 진실을 사랑했지만 ‘오류’는 받아들이지 않은 이웃이었다.


안승진 사회부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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