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49.4세에 직장 떠나
청년·노인층과 달리 법률 전무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책 촉구
“기업들, 공급 많은데 채용 꺼려
인센티브·직업훈련 등 마련을”
서울에 사는 A(49)씨는 ‘고스펙’에도 재취업에 애를 먹고 있다. 17년 넘게 국내 굴지의 중견기업에 근무하다 역량 강화를 위해 퇴사하고 캐나다 유학을 갔다 온 마케팅 전문가. 그런 A씨는 나이를 이유로 민간 기업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헤드헌팅 업체들도 이력서 접수를 거절하기 일쑤다. 공공기관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A씨는 “실력이 아닌 나이를 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한국 경제의 ‘허리’인 40∼64세 중장년의 계속 고용이 시급한 과제가 됐지만, 정작 중장년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차제에 청년이나 노인처럼 중장년을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에 따르면 현행 고용 관련 법제는 중장년, 특히 40대와 50대 초반의 고용이나 재취업 지원이 미비한 상태다. 중장년은 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어 한창 일해야 할 세대다.

대표적으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은 정년을 60세, 시행령은 고령자를 55세 이상으로 못 박아 중장년 고용 불안정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55세 미만은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과 고용지원금 대상이 아니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은 정년을 운영 중인 중소·중견 기업 사업주가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정년 연장이나 폐지, 재고용과 같은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해 정년에 이른 근로자의 계속 고용을 지원하는 장려금이다. 고령자 고용지원금은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하진 않았으나 근무 기간 1년을 초과한 60세 이상 근로자 고용이 증가한 경우 지원된다.
중장년의 재취업과 경력 전환을 위한 지원 역시 미흡하다.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등은 전 국민 또는 근로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중장년이 디지털 전환, 산업구조 재편에 따라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재교육, 직업훈련 등 맞춤형 지원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중장년과 달리 34세 이하 청년이나 65세 이상 노인은 특화된 법률로 법적 지원을 보장받는다. 청년을 위한 ‘청년기본법’과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노인을 위한 ‘노인복지법’이 있다.
그간 중장년 고용 지원을 위한 국회나 정부의 입법적 노력은 사실상 없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이 없다.
이처럼 중장년이 방치된 사이 퇴직은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55~64세 취업 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이 49.4세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장년 지원법(가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지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중장년 노동 공급이 많은데 기업들은 여전히 채용을 꺼린다”며 “중장년 지원법에 기업의 중장년 고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개인의 능력 향상을 위한 직업훈련이나 평생교육 등 내용이 들어가야 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청년 따로, 중장년 따로, 노년 따로 등 연령에 따른 지원이 아니라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하고 필요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게 김 연구위원 제언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행 고령자고용법을 확대 개편한 40대 등 중장년 지원법을 따로 제정해 이들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 연구위원은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인 기업을 정부가 ‘세대 동행 우수 기업’으로 선정해 해당 기업이 정부 사업에 참여할 때 우대하는 등 다양한 정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고령자 세제 지원 대상을 6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고령자고용법대로 55세 이상으로 완화해 중소기업의 고령자 고용 확대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