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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시로 인공비 내려 날씨 쥐락펴락"… 인공강우, 문제는 '돈'뿐일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슈팀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5-04-18 09:32:28 수정 : 2025-04-18 09: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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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예방 위해 인공강우 기술 개발해야” 목소리 커져
국내 기술 걸음마 수준…경제∙환경 악영향 우려
中 1958년 연구 시작, 지방정부가 수시로 강우탄 쏴

지난 3월 영남 일대를 초토화시킨 대형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일각에서 ‘인공강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원도와 경북 일대에 봄철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의 겨울철 강우량이 너무 적기 때문인데 인공강우 기술이 문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산림청에 따르면 5mm의 비가 내리면 약 1.1일 동안 불이 나지 않는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어 봄철에 인공적으로라도 우리 강산에 습기를 불어넣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공강우에 사용되는 요오드화은(AgI)이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인접 지역의 강우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2019년 기상항공기가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전북 군산에서 120km 떨어진 서해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강원∙경북 강우 7.5% 늘면 산불예방 큰 효과 

 

18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이 국립기상과학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기상과학원은 2027년까지 강원 일부지역(속초∼삼척 영동산악 중심)에 인공강우를 내려 산불예방 효과가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현재 기상항공기 1대와 전용항공기(임차) 2대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강우로 가뭄을 해소하거나 산불을 직접 진화하는 건 어렵지만, 11월부터 5월까지 평년보다 비나 눈을 7.5% 더 내리게 하면 산불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공강우는 항공기나 미사일을 이용해 구름층이 형성돼 있는 대기 중에 염화칼슘이나 요오드화은을 살포해 특정 지역에 눈이나 비가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항공기의 경우 1회 운용에 약 7억원이 소요되고, 미사일의 경우 1회 발사에 180만∼36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선 ‘인공강우탄’을 자주 쏘지만, 국내에선 항공기를 이용한 방식의 실험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전담 인력은 7명, 올해 관련 예산은 90억7900만원이 배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제공

◆먹구름 몰아냈다가 불러오는 중국

 

인공강우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중국, 미국(노스다코다주), 아랍에미리트(UAE), 태국으로 이들 정부 또는 지방정부는 전 국토를 포괄하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중국의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은 광활한 국토를 포괄하기 위해 전용 항공기를 58대 갖추고 있고, 인공강우 미사일도 수시로 쏘아올린다.

 

중국 기상공무원과 농민들이 미사일식 인공강우 포대에 인공강우탄을 장착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실례로 2008년 8월8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날 폭우가 예상되자, 개막 4시간 전부터 베이징 기상대 21곳에서 비를 없애는 소우탄(消雨彈) 1104발을 비구름에 쏴 먹구름을 몰아냈고, 가뭄이 이어질 때는 각 지방정부가 수시로 강우탄을 쏘며 농민의 시름을 덜고 있다. 산불예방을 위해 지린성 정부가 백두산 일대에 인공강우탄을 쏘기도 한다.

 

중국이 인공강우 기술개발을 시작한 건 무려 67년 전인 1958년부터였다. 중국의 목적은 강수조절과 우박억제, 산불예방, 대기질 개선 등 다양한데 이 중 미세먼지∙황사, 스모그 개선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가뭄 해결과 산불예방은 일부 비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스모그 개선의 경우 내리는 비의 양이 적을 경우 큰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공기 유동성이 적은 날 스모그가 발생하기에 애초에 그런 날 인공강우를 유도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

 

중국 군인들이 인공강우탄을 쏘고 있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경제∙환경 영향 놓고 갑론을박

 

한국은 강원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시험 연구’ 중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경제적 부담도 있지만, 중국에 비해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며 꺼려하는 정서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저농도 요오드화은은 위험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축적됐을 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인체와 농작물, 산림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또 인근 지역의 구름을 끌어와 타지역 날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역 간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비용 대비 효과도 논쟁거리다. 하늘에 요오드화은을 뿌려 내리는 비를 ‘돈(money) 비’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5년 기상청 기상연구소가 경북 문경읍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에선 대체로 미세먼지 해소에 초점을 맞춰 추진해왔다. 중국처럼 강우촉진입자가 든 미사일이나 대공포를 하늘에 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항공기로 입자를 직접 뿌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대형 산불이 반복되자 우리도 인공강우 기술 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립기상과학원은 “현재 수행 중인 2027년까지 11∼5월 평년대비 7.5%의 비를 더 내리게 하는 목표를 달성하면 강원 지역의 산불예방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공강우 기술 개발과 실용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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