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도 저염·저당 음식 관심
시간·비용 등 투자 의향 설문결과
30대 74%로 최다… 40·50·60대순
렌틸콩현미밥·파로통곡물밥 출시
나트륨 줄인 웰니스 장류 등 주목
편의점도 키토 김밥 등 제품 강화
김석현(30)씨는 최근 받은 건강검진에서 당뇨 증상이 다수 확인돼 건강 관리를 위한 식단을 새로 짰다. 혼자 살면서 배달 음식을 많이 먹는 등 나쁜 식습관이 건강을 악화시켰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흰쌀밥 대신 현미밥을 먹고 탄산음료, 군것질, 배달음식 등을 모두 전보다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속노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강음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간 건강음식에 대한 관심은 중장년층에서 높았는데 젊은 층에서도 저염·저당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유통업계도 저속노화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저속노화는 노화를 늦추는 방식이다. 식단과 운동, 스트레스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해 최대한 건강하게 나이를 먹자는 움직임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건강 관련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100세 시대’ 건강도 자산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젊은 세대도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높아진 건강식단 수요
20일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9∼65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저속노화를 위해 시간·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7.2%였다. 30대가 74.0%로 40대(69.5%), 50대(69%), 60대(59%)보다 높았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공개한 ‘2025 외식업트렌드 Vol.1’ 키워드에도 저속노화가 꼽혔다. 2025 외식업트렌드에는 배민과 국내 외식 전문가들이 같이 선정한 트렌드 키워드가 담겼다.
노화를 늦추고 건강을 챙기는 저속노화 트렌드는 외식업 마케팅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음료업계는 제로 슈거(무설탕) 또는 제로 열량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고 주류업계도 알코올 도수와 열량을 낮춘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저속노화와 관련한 키워드를 배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메뉴명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게는 지난 4년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도시락 카테고리에서 성장세가 뚜렷하다고 한다. 배민 관계자는 “식사를 가볍고 빠르게 해결하려는 최근의 트렌드가 저속노화 트렌드와도 어울린다”며 “이런 수요가 도시락 카테고리에서 두드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저속노화 트렌드에 맞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삶의 균형을 맞춰주는 집밥 콘셉트로 ‘햇반 라이스 플랜’을 출시했고 5개월 만에 누적 판매 150만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햇반 곤약밥보다 2배 이상 빠른 판매 속도로, 웰니스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됐다.


◆유통업계는 저속노화 경쟁 중
햇반 라이스 플랜은 저속노화 식단 관리로 주목받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노년내과)의 레시피를 활용한 게 특징이다. ‘햇반 렌틸콩현미밥+’와 ‘햇반 파로통곡물밥+’ 2종을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삶은 달걀 1개 이상의 단백질과 바나나 5개 이상의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해찬들 웰니스 장류’ 제품들도 인기다. 나트륨을 줄인 해찬들 웰니스 장류 제품은 2023년 12월 출시 후 올해 3월까지 누적판매량 100만개(500g/1개 환산 기준)를 넘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웰니스 제품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햇반의 품질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프리미엄 건강빵 ‘파란라벨’ 제품을 선보였다. 7종으로 구성된 파란라벨은 출시 한 달 만에 120만개 넘게 팔렸다. 롯데웰푸드가 영양을 강화해 식사대용으로 내놓은 제과 브랜드 ‘컴포트잇츠이너프’ 제품은 출시 50일 만에 200만봉 이상 판매됐다.
롯데웰푸드는 ‘라이프 퍼포머’(건강한 삶을 위해 시간을 주도적으로 쓰는 소비자)를 겨냥해 새 브랜드를 론칭하고 베이크드쿠키와 쉐이크밀 등 6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국내 식품업계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신체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 통곡물과 채소 등으로 식사하는 저속노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끼도 건강식으로
편의점 업계도 저속노화 열풍에 올라타고 있다. GS25에서는 잡곡 수요가 늘고 있다. GS25의 전년 대비 잡곡 매출 신장률은 2022년 15.4%, 2023년 23.8%, 2024년 25.9% 증가했다. GS25의 전체 양곡 중 잡곡 매출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15%를 넘었다. 그릭 요구르트 제품도 2022년 5종에서 현재 10종 이상으로 라인업을 넓혔다.
CU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닭가슴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1% 늘었다. 기능건강음료는 커피와 탄산음료 등을 제치고 편의점 음료 매출 1위에 올랐다. 기능건강음료 매출 비중은 2021년 16.9%, 2022년 18.0%, 2023년 18.8%, 2024년 22.1%로 매년 올랐다. 올해(1∼3월)도 22.5%로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커피(18.8%)와 우유(14.7%), 탄산(15.7%) 등 다른 음료 매출보다 매출 신장률이 가파르다.
CU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밥 대신 계란을 넣은 키토 김밥 ‘에그바’와 밥양을 줄이고 에그 스크램블을 넣은 ‘에그 삼각김밥’을 출시했다. CU 관계자는 “저속노화 식단 특색인 단백질을 강화한 제품”이라고 했다. GS25도 올해 전략 카테고리 상품으로 잡곡을 선정해 관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편의점 맞춤형 소용량 잡곡인 유어스 한끼톡톡바로혼합미, 유기농 콩 없는 혼합 7곡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마트24는 웰니스 다이닝 ‘닥터로빈’과 협업한 김밥, 샌드위치, 파스타 등 건강 간편식 3종을 선보였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달부터 건강한 식생활 관리를 돕는 ‘슬로잇(SlowEat)’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슬로잇 데이’를 지정해 저속노화 식단을 제공한다. 잡곡밥과 녹색 채소류, 콩·달걀·두부 등 고단백 식재료를 찌거나 굽는 방식으로 조리해 영양을 높인 메뉴를 제공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