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고들 한다. 그렇다고 신부 혼자서 결혼식을 진행할 순 없다. 결혼식은 신랑, 신부가 함께 부부가 되는 서약을 하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 남편이 식장에 나타나지 않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며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남편 대신 빚을 갚느라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한 여배우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과 충격을 동시에 안겼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배우 선우용여다. 선우용여가 남편과의 연애부터 쉽게 겪을 수 없는 결혼식 일화, 건강을 돌볼 새도 없이 돈만 벌어야 했던 지난 세월을 털어놨다. 선우용여는 10살 연상의 남편과 1969년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선우용여의 남편은 치매와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 2014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0월15일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출연한 선우용여는 남편과의 쉽지 않았던 결혼 과정을 털어놨다.
이날 선우용여는 자신이 국내 혼전임신 1호 연예인이라고 밝히며 “남편과 1년 반 동안 연애를 했는데, 그동안 손도 한 번 안 잡았다. 1년 3개월쯤 됐을 때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부모님이 절을 안 받으셨다. 10살 나이 차이에 반대가 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승낙을 받지 못하고 집을 나온 두 사람이 함께 서울 시내 한 호텔로 가서 20일 동안 머물렀다고 전해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선우용여는 “당시 그 호텔에는 개인 집 같은 게 있었다. 거기 있으니까 너무 좋더라. 20일 동안 거기 있다가 우리 딸 고향이 그 호텔이 됐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래서 부모님이 놀라서 빨리 결혼식 하자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결혼식 날에는 남편이 오지 않았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

선우용여는 “결혼식을 하려는데 신랑이 안 나타났다. 당시 남편이 한 회사와 동업 중이었는데 남편이 동업자의 어음 1750만 원을 갚아주겠다 했다더라. 그래서 남편이랑 동업자 사장이 경찰서에 있다는 거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어떤 여자가 나한테 오더니 서류에 도장을 찍으면 결혼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도장을 찍어줬는데 남편이 나중에 화를 내더라. ‘도장을 찍으면 당신이 빚쟁이가 되는데 왜 찍었냐’고. 나는 잘 몰라서 시키는 대로 했다. 남편이 풀려난 다음 결혼식을 다시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1750만원은 지금 가치로 약 200억원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금액이었다. 어음 보증 여파로 땅 2만 평까지 뺏겼다는 선우용여는 “내가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나는 집, 녹화밖에 모르고 살았다. 정말 잘 새도 없이 일했다. 지금은 그런 게 다 지나갔다”고 고백하며 울먹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선우용여는 남편 대신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만 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 올해 1월6일 방송된 채널A ‘탐정들의 영업비밀’에 출연한 선우용여는 이날도 결혼하자마자 남편의 빚을 떠안았던 때를 회상하며 “그 돈을 대신 갚느라 십몇 년 동안 집에 들어갈 새가 없었다. 어느 날 녹화 중 쓰러졌는데, 병원에서 영양실조라고 하더라. 그런 세월을 내가 보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선우용여는 2023년 9월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사별한 남편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바쁠 때는 생각 안 나는데 쉴 때 ‘남편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몰랐는데 며느리에게 ‘외롭다’고 했다더라. 내가 돈을 버는 동안 남편은 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나와 대화를 원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니까 미안하고 그립다”며 지금은 곁에 없는 남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선우용여는 서라벌예술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5년 TBC 1기 무용수로 발탁돼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인 1966년 영화 ‘병사는 죽어서 말한다’와 TBC 드라마 ‘상궁나인’으로 각각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본격적인 연기 인생을 시작해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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