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 후에도 ‘탄핵의 강’ 못 건너
2라운드도 이런 식이면 결과는 뻔해

국민의힘이 어제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6·3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를 기존 8명에서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나다 순) 4명으로 압축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2명(김·홍 후보)과 찬성한 2명(안·한 후보)으로 갈라진 것이다. 향후 2차 컷오프를 거쳐 오는 29일 2명으로 추려진다. 앞서 후보 8명이 2개 조로 나뉘어 벌인 1차 토론은 국민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경선 2라운드에 진출한 후보 4명은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수권 정당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
윤 전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며 탄핵을 비판한 나경원 후보가 탈락하고 이른바 ‘찬탄파’인 안 후보가 2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번 여론조사가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국회 원내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맞서려면 비상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가를 확인시켜 준다. 윤 전 대통령은 일각의 친윤(친윤석열) 신당 창당 움직임과 거리를 두고 계엄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앞서 19, 20일 이틀간 진행된 국민의힘 경선 1차 토론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상대 후보를 겨냥해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물어보거나 “생머리냐는 질문은 안 하겠다”고 말한 것은 유치하기 그지없는 인신공격이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은 민주당 책임이란 주장도 한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지도자 입에서 나올 얘기는 아니었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해악”으로 규정하지 않았나. 헌재 선고 후 20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아직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국민의힘은 경선 2라운드에 진출한 후보 4명의 지지율을 다 더해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한참 못 미치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관망하던 중도층 유권자들도 이 후보에게 쏠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인신공격이나 일삼고 친윤 진영 눈치만 보는 듯한 국민의힘 후보들에 실망한 결과로 풀이된다. 2차 토론회에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는 등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대선에서 보수 진영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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