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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추락·처우 열악… 도심일수록 男 교사 만나기 ‘하늘 별따기’ [심층기획-초등학교 교단 '여초 현상' 날로 심화]

입력 : 2025-04-23 06:00:00 수정 : 2025-04-23 00: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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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전국 공립초 男 교사 비율 23%
1990년대 40% 비하면 반토막 수준
서울·대전 11%… 전남 43%와 대조
“남학생 교대 진학, 주변에서 말려”

대도시 女교사 선호도 높아 경쟁 치열
‘승진 가점’ 등도 없어 男 교사들 기피
“성별 다양성 학생 사회적 역할 기여
보수 현실화 등 직업 매력도 높여야”

“올해 운을 다 쓴 것 같았어요.”

 

서울에 사는 A씨는 올해 초 초등학교 6학년 자녀의 담임교사 이름을 확인하곤 아이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입학 후 처음으로 남교사를 만나서다. A씨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교사 60여명 중 남자는 5명 남짓이다. 남교사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실제 지난해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첫째는 6년 내내 담임교사가 여자였다. A씨는 “아들을 키우다 보니 신체활동을 많이 하고 삼촌처럼 따를 수 있는 남자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며 “주변 엄마들한테 얘기하니 ‘로또 맞았다’며 부러워한다”고 웃었다.

남교사를 만난 것이 ‘로또’나 다름없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도시 초등학교 교단은 ‘여초(女超)’가 된 지 오래여서 남교사는 그만큼 만나기 어려운 존재다. 이런 현실은 결국 열악한 교사 처우 문제와 관련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열악한 처우… 교사 꺼리는 남성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공립 초등학교의 남교사 비율(관리직·특수·비교과 제외)은 지난해 4월 기준 23.7%다. 1990년대에 약 4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초등학교에서 남교사가 적은 것은 어린아이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업무적 특성도 있지만, 교사 처우와도 관련이 깊다. 현직 남교사들은 열악한 교사 처우와 낮은 사회적인 인식 등이 교직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년차 B씨는 “남성은 여성보다 경제적인 여건을 더 생각하는 면이 있는데 교사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남학생의 교대 진학을 주변에서 말리는 분위기”라며 “실제 대입 당시 성적이 비슷했던 친구들과 현재 수입 차이가 크다. 이런 상황을 다들 잘 아니 교직 선택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보다 교권에 대한 인식이 낮아진 것도 한몫한다”며 “남교사는 연차가 쌓이면 교육전문직공무원이나 교감·교장 등 ‘관리자’ 코스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 직업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업이 어려운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13년 교직생활을 한 C씨는 “과거엔 교대를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됐지만, 요즘은 임용 경쟁률이 많이 올라갔고 앞으로 채용이 더 줄 것이란 우려도 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선택하기 쉽지 않다 말했다.

 

◆전남 남교사가 서울·대전의 4배

 

지역별 편차가 크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기준 전남 공립초 남교사 비율은 43.3%로 전국 평균의 2배 가까이 됐지만, 대전(11.2%)과 서울(11.6%)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남의 남교사 비율이 대전·서울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 밖에 남교사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는 경북(39.9%), 충남(35.9%), 강원(35.1%), 비율이 낮은 지역으로는 대구(19.0%), 광주(19.9%), 경기(20.5%) 등이 꼽혔다.

 

서울은 올해 공립초 임용시험 합격자(263명) 중 남성 비율은 11.4%(30명)에 그치는 등 신규 교사 유입도 적어 향후 이 같은 성비 불균형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도 강남구 6.4%, 송파구 7.5%, 서초구 9.6%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 3구’라 불리는 지역은 남교사 비율이 10%도 되지 않고 도봉구 20.9%, 노원구 18.1%, 금천구 16.7% 등은 남교사 비율이 올라가는 등 서울 안에서도 차이가 컸다.

 

이런 편차가 생긴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일부 교대가 과거 남성 성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제도를 운용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광주교대의 경우 도서벽지가 많아 남교사가 필요한 전남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2023학년도까지 신입생 선발 시 ‘한 성(性)이 6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을 운영했는데, 이는 전남의 남교사 비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도심은 여교사의 선호도가 높아 임용 경쟁률이 높은 점, ‘승진 가점’이 없다는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남교사들이 도심 지역은 경쟁률이 높고 승진 가점이 없어 기피한다는 것이다. 전남 지역 남교사는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승진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점이 있는 지역을 찾아가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 분석 결과 면지역 남교사 비율은 39.0%, 읍지역은 33.0%였지만 시 22.2%, 특별·광역시 16.9%로 떨어졌다. 결국 도시에 남교사가 적은 것도 교사 처우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교사 성비, 학생들에게도 영향

 

도시에선 인사이동 시기에 서로 남교사를 모셔가려는 쟁탈전이 벌어지지만, 이런 ‘귀한 몸’인 남교사들은 학교에서 고달플 때도 많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남교사 D씨는 “몸 쓰는 업무는 암묵적으로 남교사가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체육대회 때 만국기를 달거나 강당에 의자를 까는 일 모두 남교사 몫”이라며 “학교폭력 등 기피 업무도 남교사에게 몰린다”고 말했다. 또다른 남교사는 “교사에게 학교는 직장인데, 남교사가 적은 학교에선 업무 고충 등을 털어놓을 사람이 적어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 성비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남교사 비율이 절반 정도인 경북 지역 학교에서 근무하는 E씨는 “(남교사가 적은 학교보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성 역할 교육이 이뤄져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이란 생각이 든다”며 “아이들이 여교사, 남교사 모두 만나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교사 성비는 학생들에게 교육적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유백산 광주교대 교수팀이 2018∼2020년 초등학교 4∼6학년 1711명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은 여교사 비율이 높은 학교에서 진로성숙도와 자기통제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성숙도란 직업의 종류를 파악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이다. 역할모델을 할 남교사들이 적은 것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교사의 성별 다양성은 학생들에게 보다 넓은 범위의 사회적 경험을 제공하고, 사회적 역할, 행동양식 습득에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적 효과를 고려하면 남교사 비율을 좀 더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여성 교사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을 때의 문제를 분석하고 원인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교사들은 전반적인 교사 처우를 개선하는 등 직업적 매력도를 높여야 남교사가 늘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공무원보수위원회에 교원대표 참여를 보장하고 교사 수당 등 보수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는 “보수는 청년 공무원 유입 문제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현재 같은 불투명하고 형식적인 보수 결정 체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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