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쌀값 폭등 상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 한국 소매용 쌀이 수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 한국 쌀이 판매된 것은 2011년과 2012년 동일본 대지진 때 구호용을 제외하고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 한국 쌀에 대한 일본 수출 통계를 시작한 이래로 35년 만에 첫 수출이다.
농협중앙회·aT에 따르면 농협은 지난 10일 쌀 2톤을 일본에 수출했고, 이 쌀은 판매 시작 열흘 만에 완판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에는 10톤 규모의 추가 물량 선적도 이뤄졌고, 또 추가 10톤의 수출 시기도 조율 중이다.

농협이 일본에서 판매하는 쌀은 관세와 배송료를 포함해 시중에서 10kg이 9000엔(약 9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총무성이 18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에 따르면 일본 전국 쌀값의 평균은 5kg이 4214엔(약 4만2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2.1%나 올랐다. 1971년 1월 이후 5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도쿄 등 일부 상점에서 판매되는 쌀은 kg당 1000엔(약 1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한국에서 일본에 수출된 쌀은 관세를 포함하더라도 이보다 약 10% 저렴한 수준인 것이다.
한국 쌀을 직접 쇼핑해 가져가는 일본인 관광객도 늘었다. 한국에서 쌀을 사서 일본으로 돌아가려면 무거운 쌀 포대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뿐 아니라 검역을 받아야 하는 불편까지 있지만, 가격적인 측면이 이 모든 것을 상쇄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 달에 1명 있을까 말까 했던 검역 접수가 올해 3월 이후 매월 20명 정도로 늘었고, 이들 대부분이 일본인 관광객이었다.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쌀의 품질·안전성·가격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을 이용하는 일본 누리꾼들 중에는 “한국 쌀은 일본 쌀처럼 찰기가 없고 맛이 다르다”, “한국산은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는데 수입하는 거냐”, “가격이 비슷한데 굳이 수입할 이유가 있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반면 “먹어보니 맛있다”, “현 상황에서는 외국산 쌀 수입은 불가피한 조치다”, “맛만 적당하다면 국산이 아니어도 괜찮다” 등 긍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최근 일본의 쌀 부족은 재작년 흉작, 잦은 지진 발생에 따른 현지 가정의 쌀 사재기 수요,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한 스시(초밥)와 오니기리(주먹밥) 소비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정권은 지난달 정부 비축미 21만톤을 풀었고, 이달 말 10만톤의 추가 방출 계획을 밝혔지만 일본 쌀값은 좀처럼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분간 쌀값 하락세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일본에서는 수입 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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