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유통업계 반영되기까지는 3~6개월 가량의 시차가 있어”
“본격적인 가격 안정 효과는 하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돼”
가공식품 가격 상승의 주범 중 하나였던 설탕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간 원유 가격 상승과 기상이변,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제한이 겹치며 고공행진하던 설탕 가격이 올해 들어 빠르게 진정되고 있는 것이다.

24일 뉴욕 국제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설탕 N.11 5월물 선물 가격은 22일(현지시간) 기준 파운드당 17.99센트로 마감됐다. 이는 1년 전(19.40센트)보다 낮은 수준으로, 2022년 10월 가격과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로는 무려 34.3% 하락했다.
설탕 N.11 선물은 설탕 원료인 원당의 국제 거래 기준으로, 커피·코코아·면화·오렌지주스와 함께 주요 연성 소비 원자재로 분류된다. 설탕 가격은 소비 수요보다 공급 변화에 더 민감한 특성을 가진다.
◆브라질·인도, 생산 여건 ‘好好’…원유·에탄올 변수도 완화
설탕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과 인도의 작황이 좋아진 것이 가격 하락의 핵심 요인이다. 브라질 설탕협회에 따르면 중남부 지역의 4월 설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20% 늘었다. 예년보다 빠른 수확 시작과 양호한 작황 덕분이다.
브라질 시장조사업체 데이터그로(Datagro)는 2025~2026년 브라질 중남부의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6% 증가한 4240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공급이 충분할 것이란 기대감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인도 역시 생산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인도 기상청은 올해 몬순 시즌 강수량이 평년 대비 5%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탕수수는 강수량에 민감한 작물로, 풍부한 비는 수확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과 인도는 설탕 공급의 시차를 형성한다. 브라질은 4월부터 수확이 시작되고, 인도는 연말부터 4월까지 수확한다. 이 같은 계절적 공급 구조는 연중 설탕 시장의 변동성에 영향을 준다.
국제 원유 가격의 하락도 설탕값 안정에 일조하고 있다. 사탕수수는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로도 쓰이는데, 유가가 높을수록 설탕 대신 에탄올 생산이 늘어난다. 2022~2023년에는 유가 상승, 브라질의 가뭄, 인도의 수출 제한이 겹쳐 설탕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관세 분쟁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며 유가도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에탄올로의 전환 비율도 평년보다 2~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설탕 가격은 그동안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평균 설탕 판매가격은 40% 이상 상승했다.
◆하반기 가공식품 물가 안정 기대해도 될까?
전문가들은 설탕값 하락이 향후 가공식품 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설탕은 국제 거래 원자재인 만큼, 실제 유통가에 반영되기까지는 3~6개월의 시차가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가격 안정 효과는 하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설탕 가격 하락은 글로벌 공급 회복의 신호탄”이라며 “브라질과 인도의 생산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공급 불안 우려가 완화됐고, 설탕 선물 가격도 고점 대비 30% 넘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후, 원유, 수출 정책 등 외생 변수에 따라 단기적 변동성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원가 부담이 완화되면서 하반기에는 과자나 음료 같은 제품의 가격 안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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