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배치기준 강화 따라 불필요”
시설측 “지원받아 기준 겨우 맞춰”
폐지 취소 소송… 일부 해고 사례도
경기도의 한 노인요양원은 지난해까지 요양보호사 2명분에 대한 추가 고용으로 인건비 지원금 약 480만원을 받았다. 노인 11명이 입소한 해당 요양원은 요양보호사 의무 배치 인력은 5명이지만, 보다 나은 돌봄 환경을 위해 지원금을 받아 2명을 더 고용한 상태였다. 정부의 ‘요양보호사 추가배치 가산제도’에 따라 인건비 80%를 지원받으나, 요양보호사 1명을 추가 배치할 때마다 발생하는 나머지 50만∼60만원의 손해는 감당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가산제가 폐지되면서 일순간에 480만원의 지원금마저 잃었다. 이로 인해 시설 운영에 부담이 극심해진 요양원은 어쩔 수 없이 지난달 요양보호사 1명을 해고해야 했다.
정부가 노인요양원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 추가 배치 가산제를 중단하자 요양시설 운영자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100여명은 “인건비 부담이 극심해졌다”면서 가산제 폐지 취소 소송까지 제기해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관리자 114명은 지난 1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요양보호사 추가배치 가산제 폐지에 대한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해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월 입소자당 요양보호사 배치 기준을 2.3:1에서 2.1:1로 강화하면서 2011년부터 이어져 오던 요양보호사 추가배치 가산제를 전격 폐지했다. 이제 적정 배치 기준이 실시된 만큼 더는 추가배치 가산이 필요 없어졌다는 취지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인력 충원을 위한 유인책이 사라져 “기존 인원도 내보내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미 요양시설 상당수가 가산제도를 통해 인건비를 보전받아 2.1:1의 기준을 맞춰 추가 채용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지원 제도가 폐지되면서 부담만 커졌다는 것이다.
경기 화성의 한 요양원 대표인 임모씨는 “이미 60% 이상의 요양시설들은 가산제를 통해 요양보호사 추가배치로 기준을 충족하고 있었다. 입소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요양시설들이 기준에 맞춰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실제 경기 시흥의 한 노인요양원도 요양보호사 추가 고용 3명에 관한 가산금 총 675만원을 지원받아 왔으나, 지원이 사라지면서 요양보호사 1명을 줄였다. 지난해 11월 총 적자 48만원이었던 시설은 그 손실이 370만원까지 늘어났다.
결국 요양보호사 배치 기준 강화로 입소자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정부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담을 느낀 시설들이 요양보호사를 내보내면서 서비스 질이 악화하고, 격무에 시달리던 요양보호사들의 업무 환경도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요양보호사 배치 기준(2.1:1)을 충족할 경우 전년 대비 수가를 7.37% 인상해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요양보호사 승급제, 종사자 장기근속 장려금 등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설 운영자들의 소송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건 조심스럽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계획해 오던 걸 시행하는 것이다. 반발이 있어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은 2.3:1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치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은 수가를 인상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다만 시설마다 수급자 기준이나 요양보호사 고용 특성이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모든 시설에 동의를 받는 것도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요양보호사 추가 고용을 통해 질 높은 관리를 하는 곳에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가산제를 폐지하는 건 거꾸로 가는 것”이라면서 “배치기준도 숫자로 딱 맞춰 강행하기보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이어 “그간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한 방식은 예산이 모자라면 (지원을) 줄이고, 예산이 있으면 해주는 방식이었다. 현장에서 ‘고무줄 정책’이란 말이 나온 이유”라면서 “고령화 시대 속에 요양원과 요양보호사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인요양인력개발원’ 등을 설치해 법제화하고, 적정 배치 인원을 시뮬레이션하면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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