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릴수록 분별 능력 떨어져
강한 자극 추구 ‘팝콘브레인’ 우려
2024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
동영상 소비 콘텐츠 ‘게임’ 28% 1위
“시청 빈도 높을수록 폭력성 등 영향
활동적 영역으로 아이들 끌어내야”

직장인 김모(37)씨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유튜브 영상을 매일 달고 살아 걱정이다. 딸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임 ‘로블록스’ 영상을 주로 보는데, 최근에는 한 유튜버를 따라 “아재냄새 난다”는 채팅을 치다 욕설로 게임에서 정지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씨는 “유튜브 그만 보라고 잔소리도 해봤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며 “다른 친구들도 다 본다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만 10∼19세)이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게임’(27.8%)으로 전 연령대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푸드(13.9%), 패션·뷰티(8.9%) 순이었다. 이 같은 유튜브 콘텐츠들은 폭력성과 선정성이 짙었다. 과기부가 지난해 9∼11월 청소년 2194명에 자신이 시청하는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의 성향에 대해 설문한 결과 42.0%는 “폭력성이 있다”고 답했고 28.6%가 “선정성이 있다”고 했다. 폭력성의 경우 성인(40.7%)보다 높게 나타났고, 선정성은 성인(29.6%)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유튜버들은 조회 수를 위해 자극적인 행동과 말로 시선을 끄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걸러낼 장치는 여전히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출범 20주년이 됐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특히 성인과 비교해 분별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은 자극적인 유튜브 콘텐츠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번 본 영상을 계속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은 청소년을 폭력과 선정의 덫에 빠지도록 부추겼다.
2020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언론정보연구에 게재된 ‘게임 유튜브 인플루언서 동영상 시청에 따른 중학생의 폭력성 지각’ 논문(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이혜선·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나은영 교수)은 “자극적인 특정 유튜버의 동영상 시청 빈도는 중학생의 폭력성 지각에 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짧은 영상을 의미하는 쇼트폼이 청소년 사이에 유행하면서 ‘팝콘브레인’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팝콘브레인은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팝콘이 강한 열에 반응하는 것처럼 강한 자극만을 추구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청소년의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4학년 초등학생∼고등학생)의 94.2%는 쇼트폼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TV방송(89.7%), 종이책(69.0%), 종이신문(15.1%)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조사를 진행한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는 텍스트 세대가 아니어서 더 짧고 압축적인 영상인 쇼트폼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학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청소년기 학습과 관련해 주목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옥스퍼드대학 출판부는 자극적인 쇼트폼 콘텐츠를 과잉소비하면서 집중력·문해력이 저하되는 것을 꼬집는 ‘뇌 썩음(Brain Rot)’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권일남 명지대 교수(청소년지도학)는 “쇼트폼을 통해 관심 없는 정보는 배제하고 필요한 정보만 받아들이다 보니 중독성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청소년 디지털 중독을 예방하려면 관련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더 활동적인 영역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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