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가 대학 통제… 교육 위험 빠뜨려”
美전역 대학총장·연구기관장 공동성명
법원, VOA 등 매체 3곳 운영 재개 판결
이민자 추방 관련 판결 이어 또 정책 제동
판사들마저 “인내심 잃고 있다” 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각종 민주주의 퇴행 정책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명문 사립대를 상대로 한 이른바 ‘문화전쟁’에서 학계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고, 각종 정책이 사법부에서 제동이 걸리는 가운데 판결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판사마저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의 대학 총장과 연구기관장 등 고등교육 고위관계자 224명이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연방정부의 ‘과도하고 정치적인 개입’이 “현재 미국 교육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캠퍼스에서 배우고, 생활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침해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고등교육의 자유를 축소하는 것의 대가는 우리 학생들과 사회가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에는 버지니아대나 위스콘신-매디슨대 같은 대규모 공립대뿐 아니라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나 오하이오주 케년 컬리지 등은 소규모 사립대 관계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NYT는 미국 전역의 다양한 대학과 고등교육협회에서 이번 서명에 참여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학계에 가하는 위협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교내 정책 변경을 하버드대에 요구했고 하버드대는 이런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수년간 나눠 지급하는 22억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즉각 동결한 데 이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보건연구지원금 철회도 검토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사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추진 중인 각종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날은 미국의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사실상 폐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위법이라는 미 연방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이 같은 판결을 내리며 VOA, RFA 등 미국글로벌미디어국(USAGM) 산하 매체 3곳의 운영을 재개하라고 명령했다. 램버스 판사는 또 지난달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업무가 중단되기 이전의 상태로 직원들을 복귀시키라고 연방정부에 명령했다.
불법 이민자 ‘실수 추방’ 사건으로 인한 비난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이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된 불법 이민자 추방작전 도중 메릴랜드에 합법 체류 중이던 엘살바도르인 킬마 아르만도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실수로 잘못 추방해 거센 비난을 샀다. 법원은 해당 이주민 귀환을 정부가 지원하라고 명령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행하지도, 어떤 조치를 취한 것인지 답하지도 않자 이날 메릴랜드주 파울라 시니스 판사가 8쪽 분량 명령서를 내고 법무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명령서에서 그는 정부 행태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며 “수 주 동안 모호하고 근거 없는 특권 주장 뒤에 숨으며 증거조사를 방해하고 법원 명령 준수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판사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정부가 잘못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며 “인내심을 잃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