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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자존심에 이재명은 안된다 카이”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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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3 18:13:49 수정 : 2025-04-23 18: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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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40여일 앞둔 지난 21일 ‘보수의 성지’로 꼽히는 대구 분위기는 적어도 표면상으론 대선의 계절을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차분했다. 하지만 한 발짝 안으로 들여다보니 대구의 대선 민심은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음이 이곳저곳에서 감지됐다.

 

이날 오후 영남권 ‘현장 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대구 중구 서문시장.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까지 대구가 전폭적으로 밀어 만든 대통령들이 연거푸 탄핵당한 상처가 꽤 깊은 듯 상인들은 “정치는 관심 밖”이라는 듯 장사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지난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덕용 기자 

서문시장 중앙에 있는 동산상가 앞에서 그릇을 판매하는 상인 2명에게 불쑥 대선 이야기를 꺼내자 ‘쌩뚱맞다’는 시선이 돌아왔다. 이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다 국민의힘 후보로 누가 적합한지를 묻자 이내 말문을 열었다.

 

아동복을 판매하는 최모(63∙여) 씨는 “정치는 차분하면서 소신 있고 제일 신뢰가 가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키면 대구 사람들도 찍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함께 아동복을 파는 정모(60∙여) 씨는 “자기가 맡은 권한대행 일이나 잘하고 아예 대통령 할 생각은 말아야지”라면서 반론을 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보수의 본류(本流)’로 불리는 대구 민심은 매우 불안정했다. 보수 진영인 국민의힘 지지가 여전한 사람이 많았지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이념 전쟁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지난 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이 건어물을 사고 있다. 김덕용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대구의 분위기는 홍준표와 김문수 양강 구도로 나뉘었다. 40년째 그릇을 판매하는 윤모(69) 씨는 “잘못했으니 탄핵당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재명 같은 사법 리스크가 많은 사람은 절대 안된다”며 차기 대선 후보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꼽았다. 그는 “공수처도 없앤다, 헌재도 없앤다고 공약을 내건 홍 전 시장이 가장 신뢰가 간다”면서 “나라가 힘들 때 정치 경험이 많고 우리처럼 힘들고 어렵게 공부해가 성공했는데 이젠 대통령 해볼 때도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동산상가에서 휴대전화 액세서리점을 운영하는 강모(52) 씨는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며 “경기도지사에 장관까지 한 사람이라 홍 전 시장보다 더 무게감도 있고 검증된 후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야든지 대구 사람 잘 먹고 잘살게 해줄 후보가 최고 아니가?”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지난 20일 김문수(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명함을 건네고 있다. 김덕용 기자 
지난 11일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선 회의적 반응도 있었다. 동대구역 앞에서 만난 택시 기사 정모(56) 씨는 “대구 사람은 뭐라 케도 의린데 모시던 사람 뒤통수치는 건 배신”이라며 “국민의힘 정치인 중에 그나마 인기 있는 정치인인데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대구에서 재기하긴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고 전했다.

 

반(反) 이재명 정서는 여전히 뚜렷했다. 서문시장 1지구에서 좌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공통으로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 범법자에게 나라를 맡기면 안된다”고 소리쳤다. 한 상인은 “이 대표는 자기 형수한테 쌍욕 하고 대장동에서 비리 저지른 악질인데 왜 아직도 못 잡아넣어서 저래 뻔뻔하게 돌아다니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젊은 세대가 모이는 동성로의 분위기는 또 달랐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대구 토박이라는 대학생 현모(20) 씨는 “대구 사람들은 국힘쪽에만 찍어줬는데 아직 몸에 와닿는 게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를 보면 행정적으로는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1) 씨는 “김동연 지사가 지난 2월에 서문시장을 다녀갔는데 사람이 엄청 몰려 많이 바뀌고 있는지를 느꼈다”며 “제 주변 친구들만 봐도 부모님과 다른 투표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팍팍해진 살림살이를 주제로 국민의힘을 향해 핏대를 세웠다. “경기가 나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국민의힘이 민생을 살피려는 데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게 핵심이다. 서문시장에서 20년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최모(61) 씨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 대구 살림에 도움을 준게 뭐가 있냐”며 “우리 같은 서민들은 그저 잘살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꼬집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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