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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삶 개선 없으면 더 비극, 청년∙중장년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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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3 18:58:37 수정 : 2025-04-23 18: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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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한국은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어가면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초고령화 시대 속에서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논의도 뜨겁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세대별 대표자들은 전방위적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우선이라면서 “단순한 연령 상향은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삼경교육센터 회의실에서 ‘제5차 노인연령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순돌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가 위원장을 맡고, 석재은 한림대 교수,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세대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손관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활동가, 남경아 경기도 베이비부머기회과 과장, 손경희 대전중장년지원센터 사무국장 등이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공유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삼경교육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노인연령 전문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노인연령 상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장한서 기자

노인 연령 상향 문제는 뜨거운 이슈다. 복지부는 올해 주요 업무계획 가운데 하나로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포함했고, 노인복지법 등 기준 개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도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 나온 참석자들은 노인연령 상향의 필요성은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인식과 제도적 기반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했다. 청년 대표로 참여한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단순한 연령 상향이 제도적 기반 없이 추진될 경우 복지의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고령층의 빈곤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언제부터 노인이냐’를 정하는 게 아니라 노년기를 수동적인 삶이 아닌 사회적 역할과 참여가 가능한 시기로 전환해야 한다. 노후의 재구성을 통해 고령층의 삶의 방식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인의 사회경제적 역할 체계를 확장하지 않을 경우 연령 상향은 오히려 사각지대만 키운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 강화,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 및 돌봄, 주거, 사회참여를 포괄하는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단순 일자리 제공을 넘어 지역 밀착형 ‘노인참여소득’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으로 인한 고령층의 노동시장 잔류는 청년의 일자리 문제와 충돌한다. 이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고령층과 청년층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닌 세대 간 공존 가능한 고용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노동시간 단축’이다”며 “한국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다. 이를 단축시켜 고령층에게는 부담 없는 노동 지속의 기회를, 청년층에게는 신규 일자리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 혹은 재고용 중심으로 일자리 제도 연구를 고민하고 있다. 청년을 비롯해 다른 연령대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살펴보고 있다”며 “그 방식 중 하나가 근로시간 단축이 될 수 있다. 중장년 직장인들이 퇴직 이후를 준비할 시간도 부여하고, 기업은 청년층을 고용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관우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활동가는 “한국 노인들의 빈곤율과 자살률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청년들이 기대하는 노년의 삶과는 거리가 있다”며 “노년의 삶에 대한 일체의 개선 없이 단순히 노인연령만 상향한다면, 노년의 삶은 더 비극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손 활동가는 “고용형태, 소득보장제도, 노후대비 등 여러 제도가 맞물려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1960∼1970년대 태어나 본격적으로 은퇴에 돌입할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목소리도 다양하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경아 경기도 베이비부머 기회과 과장은 “주변 중장년 세대들과 대화를 해보면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노인연령 상향에 동의하면서도, 현재 이뤄지는 복지는 놓치고 싶지 않은 이중적 마음이 있다. 중장년 세대도 마찬가지다. ‘노인’이라 불리는 건 싫지만, 연금수급을 포함한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해 한다. 가장 큰 이해 당사자인 중장년 세대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 과장은 또 일자리 정책의 혁신적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노인연령 상향 논의에 발맞춰 국가 차원의 ‘중장년 기본법’ 제정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일자리’에서 ‘일거리’로, 복수 직업(N잡러)의 제도적 기반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가적 차원에서 프로그램 수준을 넘어선 중장년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정책 전반에 걸쳐 ‘고령친화’적 관점과 철학도 반영되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어린 학생들에게도 치매 교육을 하면서 노인에 대한 친화력을 높인다”고 덧붙였다.

 

손경희 대전중장년지원센터 사무국장도 “노인 연령 상향은 생애 전 주기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회 구조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교육, 일자리, 복지 연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포용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다. 그 중심에는 중장년 세대의 경제적 역할과 사회적 기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경제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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