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거 중 외도한 여성이 남편 폭력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심 재판부는 가해 남성을 감형했다.
23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는 살인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8)씨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38세 남성 A씨는 별거 중인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을 접했다.
그는 이를 이혼소송의 유리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12일 아내의 집 근처를 찾았고, 그곳에서 아내 B씨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소송 증거를 삼으려던 처음 계획은 잠시. 아내가 다른 남성을 만나는 모습에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A씨는 B씨를 향해 소리치며 주먹으로 때렸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머리를 잡아 아스팔트 바닥에 내친 뒤 머리를 발로 강하게 여러 차례 밟았다. B씨는 저항하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A씨를 따라 간 사촌 누나는 물론 행인들까지 달려들어 말렸지만, A씨는 다시 한번 B씨의 머리를 강하게 밟았다.
결국 뇌를 심하게 다친 B씨는 40여일 만에 뇌 손상으로 목숨을 잃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지인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서로를 폭행했고, 이 일로 B씨가 집을 나가면서 별거 중이었다.
A씨 부부에게는 2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별거 이전부터 두 사람은 양육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별거 이후 갈등은 극에 달했다.
서로 양육책임을 전가하면서 '상대방이 자녀를 학대하고 유기했다'며 여러 차례 112신고 하거나 아동학대로 고소했고, B씨가 A씨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11년간의 결혼생활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러던 중 4월 11일 B씨가 자녀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원의 '임시조치결정서'를 자녀들의 아버지 자격으로 받았다.
결정서에서 B씨의 변경된 주소를 확인한 A씨는 이튿날 B씨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이성의 끈을 놓고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저질렀다.
애초 살인미수죄가 적용되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던 A씨의 죄명은 살인죄로 바뀌었다.
이에 더해 '피해자보호명령이 결정될 때까지 B씨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임시보호명령을 어기고, 3월 초부터 약 한 달간 네 차례 전화를 걸고, 227회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가정폭력처벌법 위반)도 더해졌다.
A씨는 법정에서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범행 경위와 공격 부위, 횟수와 반복성 등을 종합하면 A씨가 범행 당시 순간적이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1·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친부에 의해 친모를 잃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어린 자녀들이 앞으로 겪게 될 괴로움과 난관은 평생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점, 우발적으로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자녀들을 위해 뒤늦게나마 노력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량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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