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구용역 발주…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
수원에선 계승 방안 찾아라…3, 4월 잇따라 정책포럼 열어
수원시, 1975년부터 재현…‘원행을묘정리의궤’ 가능성↑
‘정조대왕 능행차’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최근 ‘정조대왕 능행차 무형유산 가치분석과 등재 추진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1억원이 투입되는 용역에선 능행차 재현 행사가 시작된 1975년부터 축적된 자료의 정리와 가치·비교 분석 등이 진행된다. 또 능행차의 무형유산 분석을 통해 국가 및 경기도 무형유산 지정,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추진전략이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 수원·화성시 등 정조대왕 능행차와 관련된 지자체, 관계기관 등과 정책 협의가 이뤄진다. 앞서 수원시는 지난달부터 잇따라 관련 포럼을 열어 능행차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조명한 바 있다.
이달 21일에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김현수 제1부시장과 학계 전문가,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무형유산화 방안 포럼이 열렸고, 지난달 6일에는 수원시청에서 이재준 시장이 주관한 정책포럼이 개최됐다.
당시 이 시장은 “정조대왕 능행차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경기도와 수원·화성시가 협업하는 용역은 향후 8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에선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장(醬) 담그기 문화’까지 23건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라 있다.

이번 경기도의 용역 발주는 그동안 수원·화성 등 기초지자체가 산발적으로 진행해 온 무형유산 등재 계획을 체계적으로 모았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1997년 수원화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역시 지자체 간 공조로 가능했다.
축성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록한 ‘화성성역의궤’가 등재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정조대왕 능행차 역시 10권에 달하는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일정과 행렬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가유산청이 근현대 무형유산제를 추진하며 정조대왕 능행차를 대표 사례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을묘년(1795년)에 창덕궁부터 수원 화성을 거쳐 화성 융릉(사도세자의 묘)까지 진행한 원행(왕의 성묘 행차)이다. 8일간의 여정에 동원된 인원은 6000여명, 말은 788필이었다. 준비 기간만 2년으로, 예산은 10만냥이 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원시가 1975년 처음 재현한 이 행사는 1996년부터 대규모 행렬로 확대됐다. 이어 2016년 서울시, 2017년 화성시, 2018년에는 경기도까지 능행차 재현에 동참하며 지자체가 합심해 치르는 행사로 거듭났다.
지난해 10월 경복궁에서 수원화성을 거쳐 융릉까지 37.4㎞ 구간에서 진행된 능행차에 참여한 인원은 4700명에 달했다.
당시 서울에선 1500명 행렬이 말 20필을 이끌고 강북 구간(경복궁~노들섬)과 강남 구간(금천구청~시흥5동 주민센터)으로 나눠 행렬을 이어갔다. 수원시에서는 2500여명 행렬이 말 150여필을 이끌고 안양~의왕~수원까지 구간을 재현했다. 화성시에서는 700여명 행렬이 말 40필을 이끌고 동탄~융릉 구간을 담당했다.

도 관계자는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 축제로, 서울 경복궁에서 화성 융릉까지 펼쳐지는 성대하고 웅장한 역사적 행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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