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자들은 ‘판게아’라고 불러
신비한 ‘판구조론’ 이론을 근거로
다시 다가올 초대륙 이야기 접근
미래 지구대륙의 모습 유추 가능
다가올 초대륙/ 로스 미첼/ 이현숙 옮김/ 흐름출판/ 2만4000원
현재의 각 대륙은 저마다 고유한 형태를 띠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지만, 한때 서로 꽉 맞물려 있었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 알고 있는 과학상식이다. 지질학 용어로 초대륙(Supercontinent)이다. 2억∼3억년 전으로 여러 대륙이 한데 뭉쳐 있었던 초대륙을 지질학자들은 ‘판게아(Pangaea)’로 부른다. 지구 위 하나의 거대한 대륙을 말한 이름은 그리스어로 ‘모든 땅(All Earth)’을 의미하며, 당시 지구의 대부분 육지가 하나로 합쳐져 있던 상태였다.

‘다가올 초대륙’은 미국 지질학자 로스 미첼 중국과학원 연구교수가 적어도 과거 판게아를 포함해 3개의 초대륙이 존재했다는 증거에서부터 약 2억년 후에 만들어지리라 예상되는 초대륙에 대한 전망을 다룬 지구과학 교양서다. 지구의 대륙 이동, 초대륙 주기(supercontinent cycle) 이론과 관련된 연구 전문가인 저자는 신비로운 ‘판 구조론’을 근거로 과거의 초대륙의 증거와 먼 미래에 다가올 초대륙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한다.
판 구조론은 대륙의 이동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지질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지질학의 핵심이다. 판 구조론이라고 하면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론처럼 여겨지겠지만, 화산,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 현상이 판 구조 운동에 의한 것이다. 우리가 딛고 선 땅은 무척이나 단단하지만, 사실은 떠다닌다. 땅은 액체 성질을 띤 맨틀 위에 있다. 맨틀에서는 대류 흐름이 일어나고, 이는 땅의 이동에 영향을 준다. 맨틀은 땅, 즉 판 자체를 밀고 당기는 힘에 개입하기도 한다. 이런 갖가지 힘이 상호 작용함에 따라 판이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인류 초기 문명의 요람이었던 동아프리카 열곡대(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갈라놓는 지각판의 경계 지역)의 깊은 호수들도 판 구조 운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몇억년 전 지구를 휩쓴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이 호수들이 말라버리게 되자 우리의 조상들은 생활 방식을 바꿔야만 했고, 사람이 살 만한 땅을 찾기 위해 상상도 할 수 없는 먼 거리를 걸어 이동해만 했다.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또 다른 대륙들로 인류가 뻗어나간 기원도 그 근원을 파고들다 보면 지구 환경의 변화를 불러일으킨 판 구조 운동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지구의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활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려면, 근본적 이유를 알려줄 판 구조 운동을 이해하는 것부터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판의 이동’에 대한 이론은 독일의 기상학자이자 지질학자였던 알프레트 베게너가 처음으로 세계를 여행하며 관찰한 뒤 1912년 발표한 “모든 대륙은 맨틀 위를 매우 느리지만 이동하고 있다”는 ‘대륙 이동설’이었다. 이를 근거로 해서 지질학자들은 지구가 탄생한 뒤로 약 45억년에 이르는 기간 중 2억∼3억년 전의 판게아 외에 그 이전에 적어도 두 번의 ‘로디니아’,‘컬럼비아’ 같은 초대륙이 더 존재했다고 말한다. 로디니아는 약 11억년 전, 컬럼비아는 약 18억년 전에 형성된 초대륙을 말한다. 이 ‘초대륙’들은 땅이 반복적으로 합쳤다가 분리된 증거를 제공한다.
판 구조 이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이 지구의 생성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통해 미래의 지구 대륙의 모습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판 구조 이론을 토대로 2012년 2월, 자연과학 분야 최고 권위를 지닌 학술지 ‘네이처’에 ‘초대륙 순환 시 이전 초대륙의 배회 축에서 다음 초대륙의 배회 축으로 90도 이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데이터로 검증해낸 연구 논문을 실어 지질학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이 연구 논문은 하버드대 교수이자 세계 지질학계의 거성인 폴 호프먼이 ‘수십 년 동안 초대륙 연구 분야에서 가장 큰 진전’이라고 일컬었을 만큼 중대한 발견으로 인정받는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약 1억5000만∼2억년 후쯤이면 오늘날의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가 각각 동쪽과 서쪽 해안을 마주 보도록 회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뉴욕과 페루 리마가 맞닿게 되고 두 아메리카 대륙은 북극에서 아시아와 충돌하며, 오스트레일리아는 유라시아와 합류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형성될 초대륙을 그는 ‘아마시아’로 명명했다.
저자의 주장대로 다음 초대륙이 과연 나타날지, 또 어떤 모습일지는 현재로선 추측에 불과하다. 우리가 평생 사는 동안 혹은 우리의 자녀, 손주, 증손자, 더 먼 훗날의 자손들이 살아가는 동안에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가설의 검증이 불가능하다. 저자의 가설이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언젠가는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라는 점에서 판 구조론을 공부하는 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책을 통해 독자는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류가 1년에 약 1.91㎝(사람 손톱이 1년간 자라는 정도) 움직이는 대륙을 탐구 대상으로 삼아 그 이동의 원리와 그것이 불러올 변화를 예측하는 데 온 생을 거는 학자들의 모습에 경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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