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악연의 역사 극복 배경엔…한 자릿수 대 지지율 타개
NBS조사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 安·李 3% 그쳐
25일 한동훈-홍준표 1:1 토론 맞불전략도 읽혀
정책 중심 토론으로 지지층 다지고 중도 공략할 듯

국민의힘 안철수 대선 경선 후보가 ‘앙숙’이라 평가되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과학기술 패권을 주제로 함께 대담을 연다. 유력한 대권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서는 ‘반(反)이재명 연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공계 출신의 두 후보가 정책 연대를 통해 존재감 부각에 나선 모습이다.
안 후보와 이 후보 측은 24일 “내일(25일) 오후 2시에 ‘AI 기술 패권 시대 대한민국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안철수X이준석, 미래를 여는 단비토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담은 안 후보의 지역구인 판교 테크노벨리 인근 광장에서 진행된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안철수 의원께서 어제 방송을 통해 좋은 취지의 말씀을 주셔서 AI, 반도체, 과학기술 등 미래에 관한 주제를 바탕으로 대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빅텐트니 뭐니 하며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공학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짜 공학의 고민으로 대선판이 재편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안 후보의 발언은 전날 채널A 인터뷰에서 나왔다. 안 후보는 방송 인터뷰 중 “‘반이재명’을 내세우는 모든 사람과 함께 힘을 모아 정권을 가져오는 것이 정말로 바람직하다”며 “(이 후보는) 저와 같은 이공계 아닌가. 기회를 만들어 AI 관련한 토론을 하는 게 국민들께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먼저 뻗은 연대의 손길에 이 후보가 화답한 셈이다. 이들은 2016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를 두고 맞붙은 것을 시작으로, ‘2018년 재보궐 공천 갈등’, ‘욕설 공방’, ‘20대 대선 단일화 신경전’ 등을 거치며 질긴 악연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연대에 눈길이 쏠린다. 이 후보도 이러한 악연의 역사를 의식하듯 이날 “안철수 의원님과 제가 여러 가지 정치적 이견이 노출될 때도 있었지만 과학기술 패권경쟁이라는 공통의 과제 앞에서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후보는 표면적으론 AI·반도체 등 과학기술 대담을 통해 정책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이나, 철천지원수처럼 맞붙어오던 두 후보가 손을 맞잡게 된 데는 한 자릿수 대의 낮은 지지율을 타개하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1일∼23까지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민주당 이 후보가 41%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의힘 홍준표·김문수 경선 후보(10%), 한동훈 후보(8%), 안 후보·개혁신당 이 후보(3%)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해도 두 후보의 지지율은 저조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김 후보(28%)가 선두를 기록했고, 홍 후보(24%), 한 후보(21%), 안 후보(3%), 개혁신당 이 후보·민주당 이 후보(1%)가 뒤를 이었다.
아울러 25일 진행되는 한 후보와 홍 후보가 3시간 연이어 벌이는 1:1 토론을 견제하기 위한 맞불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29일 국민의힘 결선 진출자(2인) 발표를 앞두고 27~28일 당원투표(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50%)가 실시되기 때문에 안 후보는 화제성을 이어가며 지지층을 다지고 중도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후보가 6·3 조기 대선 국면에서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대전 지역 출근길 인사를 마친 뒤 “정치적 의미의 빅텐트나 단일화 같은 것들은 전혀 지금 안 후보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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