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위기 땐 주한미군 투입 개념
한국이 홀로 北 억제해야 한다면
최소 핵 확산 억제 강화 얻어내야
미국은 절박하다. 2024년 미국의 공식적인 국가부채는 36조달러(약 5경원)로 연간 이자만 해도 1조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메디케어나 사회보장 등 기타 비용을 모두 합치면 실제 부채액은 무려 158.6조달러(22경여원)에 이르러, 납세자 1인당 97만4천달러(약 13.8억원)의 부담을 지고 있다. 산업 생산역량이 곤두박질치면서 버려진 공장과 도시들이 늘어나고, 중산층은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매년 4.7조달러(약 6699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택은 과감하다. 제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면서 무역적자를 줄이고, 정부의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 쌍둥이 적자를 타개한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국가에는 철퇴를 가하고, 특히 자국을 상대로 돈을 벌어가면서 안보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국가는 동맹국이든 아니든 가차 없이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작은 비용으로 미국의 안보를 제공받아온 유럽에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트럼프가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정리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트럼프가 안보 무임승차를 거론하는 국가는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뿐만이 아니다. 바로 일본과 한국이 대표적이다. 이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에게 1조달러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 선제대응에 나섰다. 물론 트럼프는 선물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본에 24%의 관세를 부과했고, 현재 미·일 협상의 타결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일본은 경제와 안보를 패키지로 묶어 협상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제1파트너로서 자리하려고 하는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이다. 동북아에서 발생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분쟁인 한반도 위기와 대만 위기를 하나의 전쟁구역으로 묶어서 대응하자는 것이 원 시어터 구상의 핵심이다. 이 개념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 전구를 전담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기꺼이 대만 위기 발생 시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원하던 것이다.
트럼프의 안보 참모들은 말한다. 한반도 위기는 북한을 막기만 하면 되지만, 대만 위기는 미·중 전쟁 즉 세계대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결코 대만이 한국보다 중요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주적은 중국이기에 북한에 낭비할 전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한다면 아직도 시차별부대전개제원(TPFDD)에 따라 미군이 한반도에 60만명을 증원해줄 것이라는 허언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최소한 국방을 이끌려면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찾아 저돌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결국 원 시어터 제안은 한국에는 도움이 될 것이 없는 제안이다. 오히려 5만5천여명의 주일미군이 2만8천여명에 불과한 주한미군의 위에 서서 전구 지휘권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일본의 계산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이 가장 원하는 말을 들려주어 동맹안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일은 협력은 가능할지 몰라도 군사동맹이 될 수 없는 관계이며 원 시어터 제안은 일본의 희망일 뿐이다.
그러나 무조건 안 된다는 것도 동맹이 취할 태도는 아니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한·미동맹으로 한국을 북한에서 지키는 것을 생각하는 만큼 미국을 지키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 신뢰와 헌신 없이 한·미동맹이 영원할 것이라는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면서 한국의 재래식 억제를 한국이 홀로 떠맡아야 한다면 최소한 핵 확장억제라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최소한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핵공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의 탄도미사일에 미국의 전술핵탄두를 결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한국의 의지와 역량을 입증할 때 한·미동맹은 더욱 견고할 것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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