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통령 선거가 약 4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노린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 선관위는 엊그제 오후 2시40분부터 3시간가량 누군가가 외부에서 선관위 사이트에 침입하려 한 단서를 잡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선관위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충격을 금하기 어렵다. 대선 후 투표 결과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세력이 활개를 치는 것을 막으려면 선관위는 지금 당장 내부 전산망 점검과 사이버 보안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 대상이 된 곳은 선관위 사이트 중에서도 선거 통계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과거 치러진 선거들의 전체 투표율과 정당별 지지율 같은 데이터가 보관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선거 통계 시스템에 대한 공격은 대선 투·개표와는 무관하다”며 “신속한 차단 조치로 해킹 등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보안 관제 모니터링을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사전 투표를 비롯해 대선 투·개표 일정이 모두 끝나는 그 시각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될 것이다.
‘대선 투·개표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선관위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게 현실이다. 행여 조기 대선의 투표 결과가 조작 또는 왜곡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거치며 부정선거 음모론이 널리 확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선관위를 비난하고, 극우 유튜버와 강성 지지층이 이를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널리 퍼뜨린 결과다. 음모론에 사로잡힌 특정 정치 세력의 ‘망상’쯤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고 하겠다.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선관위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절반이 조금 넘은 51%에 그쳤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38%나 됐다. 국민 다수가 선거 결과를 믿지 않는 것만큼 심각한 민주주의 위기가 또 어디 있겠는가. 선관위는 6·3 대선을 부정선거 음모론을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 다시는 그런 의혹을 갖고 시민들이 둘로 갈라져 대립하는 일이 없게끔 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독립 헌법기관의 자존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사이버 보안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국가정보원 등의 조력을 구하는 일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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