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간사장도 27∼29일 중국 찾아
이시바 친서 시진핑에 또 전달 예정
中, 관세전쟁 우군 확보 위해 적극 환대
日도 최대 무역 상대국과 관계 개선 필요
일각선 美와 관계·관세협상 악영향 경계
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에 중국이 해산물 수입 규제로 대응하면서 악화한 중·일 관계에 최근 해빙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 전쟁으로 양국이 동병상련 처지가 되면서다.
2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구성 중인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가 전날 베이징에서 중국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면담한 데 이어 오는 27∼29일에는 자민당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을 포함한 일중우호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중국을 찾는다. 모리야마 간사장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공명당 핵심 관계자는 마이니치에 “사이토 대표가 어제(23일) 전달한 친서와 함께 두 개의 친서가 하나의 내용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측 주요 인사의 2주 연속 방중은 미국이 전 세계 60개 국가·지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 보름여 만에 이뤄졌다. 미국의 145% 관세 부과에 중국이 125% 관세와 희토류 수출 규제 등으로 맞불을 놓으며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우군 확보 움직임을 강화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 리창 국무원 총리는 이시바 총리에게 미국 관세에 맞서 함께 협력하자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고, 전날 사이토 대표와 왕 주석 간 회동에서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가운데 자유무역체제 유지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 중국에는 일본을 향한 “대환영 분위기가 있다”고 공명당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과 관세 혈투를 벌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 경제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어서 이 같은 접근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중국공산당 간부는 전날 사이토 대표와 왕 주석 회동에서 트럼프 관세가 화제에 오르자 “지금 중국은 곤란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중국이 가입 신청한 것을 예로 들며 “앞으로 중국으로부터 점점 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력 고조 등 안보상 이유와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으로 관계가 냉각돼 왔지만, 일본으로서도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 관세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중요성은 경제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24% 상호관세를 통보받아둔 상태다.

일본은 다만 중국과의 협력이 미·일 동맹 관계를 흔들거나 지난주 본격화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에 악영향을 줄까 봐 잔뜩 경계하고 있다. 정부·여당 내에서는 “(중국의 접근은) 일본을 포섭하려는 것”, “일·미 협상에 지장이 되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사이토 대표는 전날 왕 주석에게 “중국이 국제사회의 규범에 따라, 걸맞은 책임을 확실히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일본은 올해 자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조속히 개최해 시 주석의 방일, 이시바 총리의 방중으로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자유무역을 둘러싼 양국의 견해차가 작지 않고 상호 불신도 커서 일본의 외교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마이니치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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