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전하다” 29%… 소폭 개선
5명 중 1명 지인 등에 폭력 피해
여성들이 일상에서 폭력 피해를 느끼는 두려움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범죄 중 디지털 성범죄 비중이 늘고, 피해 유형이 다변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성가족부는 24일 제1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열고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조사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근거해 2021년 처음 실시된 뒤 이번에 두 번째로 이뤄졌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만 19세 이상 여성 7027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는 여성폭력 관련 인식을 ‘일상 속 두려움’과 ‘사회안전도’로 나눠 물었는데, 두 결과는 상이했다.
‘일상생활에서 여성폭력 피해를 볼까 봐 느끼는 두려움’을 묻자 ‘두렵다’는 40.0%, ‘두렵지 않다’는 25.2%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2021년 대비 ‘두렵다’는 3.6%포인트 증가하고, ‘두렵지 않다’는 9.4%포인트 줄었다.
반면 사회안전도 관련 ‘현재 우리 사회가 여성폭력 피해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문항에 ‘안전하다’는 응답은 29.0%로 4.6%포인트 늘고, ‘안전하지 않다’는 51.5%로 6.2%포인트 줄었다. 사회안전도는 높아졌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개인이 느끼는 두려움은 커진 셈이다.

이는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범죄 등이 만연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중앙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찾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2023년(8983명) 대비 14.7% 증가한 1만305명이었다. 성폭력 범죄 중 디지털 성범죄 비율도 2020년 24%에서 2023년 39%로 급증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출퇴근 길 같은 일상에서 언제 범죄 피해를 볼지 모르고, 피해를 본 뒤 신고했을 때 과연 보호조치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조용수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법이나 제도가 새로 시행돼 사회적 안전장치는 늘어났으나 교제폭력, 딥페이크 등 성범죄는 늘어나 개인이 느끼는 두려움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 폭력 피해 경험과 관계 기반 폭력 피해 경험도 늘어났다.
평생 한 번 이상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6.1%로 2021년(34.9%)보다 0.9%포인트 늘었다. 지난 1년간 신체적 폭력 등 5개 유형의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7.6%로 2021년(6.2%)보다 1.4%포인트 증가했다. 1년간 한 번 이상 경험한 피해 유형은 성적(52.4%), 정서적(44.4%), 신체적(16.2%), 통제(11.8%) 등 순으로 절반 이상이 성적 폭력이었다.
교체폭력을 포함해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평생 한 번 이상 여성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5명 중 1명꼴인 19.4%로 나타났다. 가해자 유형이 배우자, 헤어진 배우자, 전·현 연인 등인 경우로 2021년(16.1%)보다 3.1%포인트 늘었다. 허 조사관은 “현재 교제폭력은 별도의 범죄유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별도 법을 제정하는 등의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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