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몸값 140억 vs 2923억원 “열세”
조직력 내세워 ‘이정효 감독 매직’ 기대
K리그1 시민구단 광주FC가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스타군단 알힐랄과 맞대결을 펼친다. 이름값은 물론 훈련 환경 등에서 두 팀의 격차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이 지휘하는 광주는 ‘조직력’을 앞세워 또다른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는 26일 사우디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에서 알힐랄을 만난다. 16강까지 홈과 원정을 오가며 한 경기씩 치렀다면 준준결승부터는 모든 경기가 제다에서 단판승부로 치러진다. 2023시즌 K리그1에서 3위에 오르며 ACLE 막차를 탄 광주는 시민구단 최초 국제대회 진출 기록을 썼고, 이번 대회에서도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는 특히 일본 비셀 고베와 ACLE 16강 1차전에서 0-2로 졌지만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는 드라마를 썼다. K리그1 우승팀 울산 HD와 코리아컵(옛 대한축구협회컵)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가 ACLE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는 점에 비춰 보면 광주의 성과는 더욱 찬란하다.

시민구단 광주는 큰 지원을 받지 못하는 팀이다. 광주는 2010년 창단 이후 훈련할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염주체육공원 등을 떠돌았다. 학수고대하던 전용훈련장은 지난해 갖게 됐을 정도로 팀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 감독이 “ACLE에서 우승해 상금 1000만달러를 받으면 클럽하우스를 새롭게 꾸미고 웨이트트레이닝 시설도 교체하겠다”는 희망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광주가 4강 티켓을 두고 다툴 알힐랄은 사우디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리그 최다인 19차례 우승을 차지한 데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현 ACLE)에서도 가장 많은 4차례 정상에 섰다. 팀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포진해 있다. 사우디의 ‘오일 머니’를 앞세워 자국 국가대표 주축 출신인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세르비아), 주앙 칸셀루(포르투갈), 칼리두 쿨리발리(세네갈), 야신 부누(모로코) 등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여럿 포진했다. 축구 이적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추산한 알힐랄 선수단 가치는 1억8000만유로(약 2923억원)로 860만유로(140억원)인 광주의 20배가 넘는다.
여러모로 광주가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해외 베팅업계도 평균 배당률을 알힐랄 승리 시 1.2배, 광주 승리 시 10.7배 정도로 책정했다. 광주가 이겼을 때 배당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이길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광주는 그동안 ‘객관적인 전력 열세’라는 평가를 보기 좋게 뒤집은 ‘이정효 매직’을 기대한다. 이번 알힐랄전에서도 이 감독은 끈끈한 조직력으로 승리를 일궈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알힐랄 분석 결과 조직력에서는 우리가 앞선다. 축구는 팀으로 하는 단체 스포츠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단의 가능성을 믿는다”며 “꼭 우승하고 싶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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