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前 의원도 함께 기소
공범 딸 다혜씨 등 기소유예
文측 “정치 검찰 공소권 남용”
수사 3년5개월 만에 文 기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 관련자에게 가족의 해외 이주와 생계를 지원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접수한 2021년 12월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과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 중대 부패범죄로 판단했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재판에서 법적 쟁점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문 전 대통령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본인이나 가족, 친인척, 측근 인사 비리 등으로 불행한 임기말을 맞은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유일하게 무탈하게 임기를 마쳤지만 그마저도 검찰 수사와 기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주지검은 24일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국회의원 출신의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뇌물공여와 업무상배임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와 전 사위 서모씨는 공범으로 판단됐으나 범행 주도성이 낮고 문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에 따른 수동적 관여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직무 관련자인 이 전 이사장이 지배하는 태국 소재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을 통해 자기 사위를 특혜 채용되도록 하고 2018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급여와 주거비 명목으로 총 2억1700만원을 수령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타이이스타젯은 당시 사업 준비 단계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항공 관련 경력이 전무한 서씨를 상무급으로 채용해 고액 연봉과 주택을 제공했다. 일부 급여를 가명으로 지급받고 근무 이력을 조작하는 등 이른바 ‘가짜 취업’ 정황과 월세 500만원 상당의 고급 맨션 임차료를 항공사 자금으로 충당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대통령 가족의 태국 이주 지원을 위한 부당한 특혜 채용으로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이 태국 이주를 지원하고, 대통령 경호처가 해외 경호계획을 수립하는 등 대통령의 승인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자로부터 가족이 대가성 이익을 제공받은 경우, 대통령 본인이 직접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더라도 법적 책임(사후수뢰죄)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선 “대통령과의 관계 유지와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기대하며, 자신의 지배 기업을 이용해 대통령의 사위에게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 측은 전 사위의 채용은 이스타 측의 독자적 판단이며, 문 전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정치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며 “검찰이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사실관계 확인 없이 ‘벼락 기소’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범죄 장소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서울중앙지법으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