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자 제재만 감당하기도 어려워”
‘한국형 나토식 핵공유’ 등 대안 나와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우리나라가 자체 핵 개발에 나설 경우 천문학적인 대가를 치를 것이란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이는 국가 경쟁력의 근간까지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다.
사단법인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24일 오전 협회 회의실에서 ‘한국 대선 국면과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핵 자강론을 둘러싼 新 안보쟁점과 대응’을 주제로 제8차 에너지안보 콜로키엄을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는 비확산체제에 가입한 것을 언급했다. 이에 자체 핵무장론은 비확산체제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국제적 의무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부 정치권에서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보유가 필요하며 심지어 NPT 탈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한 국제적 대가는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독자 제재만 하더라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을 것”이라며 “군사 물자 판매 및 수출을 제한하는 것에서부터 비확산과 직접 연계되지 않더라도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가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해 놓고 있는 등 제재 방안이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제재는 금융, 기술, 군사, 산업 전반에 걸친 국가 차원의 조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핵심 전략물자,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 미래 첨단 산업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에는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독자 제재가 첨단 기술 수출통제 등으로 집중될 경우 국가 경쟁력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자체 핵 개발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외교적 비용이 충분히 조명되지 않고 있다”며 “북핵 대응이 반드시 핵무장을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 후 취임할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론을 이념적으로 과장하거나 폄훼하기보다는 비용과 편익을 면밀히 분석해 신중하게 균형 잡힌 국가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웅혁 회장(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은 “독자적 핵무장의 경우 자율성과 억제력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이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이라는 심각한 대가가 따르고, 나토식 핵공유는 현실성이 있지만, 미국 내 정치적 장벽이라는 걸림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전술핵 재배치는 눈에 보이는 억제력을 제공할 수 있으나 역내 긴장을 더욱 높일 우려가 크며, 핵잠재국 전략은 모호성을 유지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실제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핵무장 전환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현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한국형 나토식 핵공유’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기존 핵 자산을 한국이 실질적·제도적으로 공유하고 공동운영에 참여해 한·미동맹을 견고히 하면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핵 억제력을 현실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미국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설득할 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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