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교육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만 9세 이하 아동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건수가 최근 5년 새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남 3구 거주 9세 이하 아동의 우울증·불안장애 관련 건강보험 청구 건수는 2020년 1037건에서 2024년 3309건으로 늘었다.
5년 동안 누적 청구 건수는 1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2024년에는 송파구 1442건, 강남구 1045건, 서초구 822건으로, 강남 3구 평균 청구 건수는 서울시 전체 평균(291건)의 3.8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동의 진료 청구 건수도 2배 가까이 늘었지만, 강남권의 증가세는 이보다 훨씬 가팔랐다. 단순 수치 너머엔 조기교육과 과도한 경쟁이 아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강남 3구의 과열된 조기교육 열기는 관련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시내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 240곳 중 25%인 59곳이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 25곳, 송파구 21곳, 서초구 13곳으로, 서울 평균(9.6개)의 2배 이상이다.
‘4세 고시’, ‘7세 고시’ 등 조기 영어교육 시험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실제로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교육 실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아이들은 놀며 자라야 할 나이에 시험을 보고, 학원 스케줄에 맞춰 하루를 산다”며 “지금 강남의 풍경은 ‘성적표보다 진료기록이 먼저 쌓이는 아이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아이들이 신체적·정서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에 과도한 학습 부담과 경쟁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며 “교육부는 영유아 사교육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정신건강 보호를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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