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스타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에 잘 맞춘 브랜드 리포지셔닝 필요해”
직장인의 필수 아이템이었던 구두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 문화가 유연해지고 복장이 캐주얼화되면서, 스니커즈와 운동화가 새로운 ‘출근룩’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판매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백화점을 포함한 주요 유통 채널에서는 구두 브랜드들이 점차 퇴장하고, 그 자리를 캐주얼 슈즈가 채우는 모습이다.
◆출근길에서 사라진 구두…스니커즈가 대세로 떠오른 이유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제화업체들의 실적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탠디는 2023년 10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9% 감소했고, 미소페를 운영하는 비경통상의 매출도 12.4% 줄어든 690억원에 그쳤다. 형지에스콰이아는 2022년 733억원에서 2023년 490억원으로 33.1% 급감했다. 금강제화 운영사 금강의 경우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의 매출이 1064억원에 그쳐 5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구두가 설 자리를 잃은 현상은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도 뚜렷하다. 착용감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특성상 백화점은 구두 판매의 핵심 거점이었지만, 이제는 주요 공간에서 밀려나거나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리뉴얼 과정에서 3층 구두 매장을 절반으로 축소했고, 입점 브랜드도 13개에서 4개로 대폭 줄였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3층에 있던 구두 매장을 6층으로 옮기며 브랜드 수를 12개에서 2개로 줄였다.
◆러닝화·스니커즈가 백화점 중심에
구두 브랜드가 빠진 자리는 러닝화와 스니커즈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러닝화 시장은 백화점 핵심 매장에까지 진출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4일부터 21일까지 잠실점 월드몰 지하 1층에서 러닝화 편집숍 ‘디스턴스(Distance)’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 팝업스토어는 글로벌 6개 브랜드의 러닝화 및 의류는 물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요소를 결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7761억원에서 2023년 3조415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4년에는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구둣방도 줄고…‘선택의 아이템’이 된 구두
오랜 시간 거리 곳곳에서 구두를 수선해온 구둣방 역시 시대의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 시내 구둣방은 2011년 1266곳에서 2021년 882곳으로, 올해 2월 기준 745곳까지 줄어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대 변화의 신호’라고 분석한다.
팬데믹을 계기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복장 자율화 문화가 급속히 퍼졌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성 있는 출근룩’이 확산되면서 구두는 더 이상 직장인의 기본 아이템이 아닌 ‘선택의 아이템’이 됐다.
◆정통 구두 브랜드도 생존 전략 모색…“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전환 검토해야”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 구두 브랜드들도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기존의 정장화 중심에서 벗어나 스니커즈 등 캐주얼 슈즈 라인을 강화하고,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등 다각화 전략을 모색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팬데믹 이후 복장 자율화와 워라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구두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두는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닌 ‘선택의 영역’으로 이동했으며, 이는 유통 채널 구조와 소비자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장화 판매에 머물지 않고, 운동화와 일상 슈즈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형화된 소비자 타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 성향에 맞춘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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