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신속한 협상을 통해 조기에 가시적 결과를 만들려는 의도를 보였지만 한국 정부는 시간을 두고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주 일본과의 협의와 달리 이날 협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대표단을 만나지 않았으며 방위비 분담과 관련된 얘기도 나오지 않았다.

협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미·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계기에 ‘다른 나라와의 관세 협상 상황을 설명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오늘 우리는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우리는 이르면 내주 양해에 관한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이르면서 기술적인 조건들(technical terms)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일찍 (협상하러) 왔다. 그들은 자기들의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고 우리는 그들이 이를 이행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최근 일본, 인도와의 협의에서 큰 틀의 ‘잠정 합의’를 언급한 것과 맞물려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폭풍처럼 도입된 각종 관세가 미국에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힘을 얻으면서 미국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달러화도 약화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과 빠른 협상을 통한 결과물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유예기간 동안 각국과의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대가로 각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비관세 무역 장벽 철폐 등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90일 유예한 상호관세는 부과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사실상 이를 지렛대로 사용해 각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냄으로써 관세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금융시장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지지층을 만족시키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다만 한국 정부는 이날 협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8일까지를 합의 도출의 목표 시한으로 설명했다. 협의에 나섰던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결과 브리핑에서 “차분하고 질서있는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협의 과정에서 한국의 정치 일정을 설명하며 미 측에 이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6월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타국과 중대한 합의를 할 경우 에 논쟁이 될 수 있다.
이날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협의에 모습을 나타내는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일본과의 협의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여러 글을 올리면서도 한국과의 협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이날 협의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통화 뒤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원스톱 협상’, ‘통상과 안보를 연계하는 패키지 딜’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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