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검찰에 대해 “정치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45)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온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전날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4·27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차 국회에 들른 문 전 대통령은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기억하는 범위 내의 답변을 작성해놓고 좀 더 사실관계를 깊이 있게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 등을 방문해 서로 연락하는 중이었다”며 “그런 과정들이 검찰하고 협의가 되면서 조율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기소 자체도 부당하지만 뭔가 정해진 방향대로 무조건 밀고 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검찰이 그만큼 정치화되고 있고 또 검찰권이 남용된다는 아주 단적인 그런 사례 같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 점을 내 개인적인 무고함을 밝히는 차원 넘어서 검찰권의 남용과 정치화 이런 부분을 제대로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지금 우리 국가 여러 가지로 혼란한데 이렇게 절차가 안 지켜지고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저도 잘 납득 안 가는데 국민들도 납득 안 갈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심려가 많으실 텐데 이런 일이야 일대로 처리하더라도 절차나 이런 부족한 점이 없는지 국회에서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12·3 비상계엄’해제 당시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다. 문 전 대통령은 우 의장에 “계엄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정말 큰 역할을 했다”며 “침착하게 절차에 따라 회의를 진행해 아무도 시비 걸 수 없는 계엄 해제를 이끌어낸 의장님 강인한 의지와 리더십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우 의장은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해제된 위수령에 대해 “위수령은 국회에서 해제하는 절차가 없어서 위수령이 살아있었으면 국회가 속수무책 그냥 당했을 뻔했다”고 했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 참여를 막아내는 것도 역시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조기대선 이후 닻을 올리게 되는 새 정부에 대해 국회의 협조를 우 의장에게 부탁했다. 문재인정부 역시 탄핵 이후 치러진 조기대선으로 출범하게 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같은 대립이나 분열 지속된다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국회가 새 정부하고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민생이 안정되도록 역할 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 의장은 “인수위 없이 시작한 정부가 얼마나 어려운지 봤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 삶이 잘 안정되고 국민들의 민심이 회복될 수 있도록 국회가 최선 역할 다해야 한다”고 문 전 대통령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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