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군대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방위비와 무역 협상을 패키지로 다루겠다고 밝혀왔다. 앞으로 방위비와 관세 문제를 별도로 논의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그는 관세 협상에 대해 “미국은 45년, 50년 동안 세계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갈취를 당해왔다”며 “다른 나라들은 미국을 갈취해 부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사실상 그들의 군대를 돌봐주고도 무역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군대는 우리가 말할 또 다른 주제이며 우리는 그 어떤 협상에서도 이 주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을 별도로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가 참석한 한·미 2+2 통상협의에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원스톱 쇼핑’을 선호한다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과 무역, 관세, 산업, 안보 등의 현안들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여러번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 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말해 포괄적 합의를 시사했다. 9일에도 “우리는 유럽에 있는 군에 대해 비용을 내지만 (그에 대해) 많이 보전받지는(reimburse) 못한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그것은 무역과는 관계가 없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역 협상의) 일부로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선 아예 직접 ‘등판’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냈다. 이를 지켜본 국내에선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방위비가 연계되는 건 아닐지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은 관세 협상에서 하루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 미국 국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경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운용에 대한 지지율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관세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만큼 각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 금융시장을 안심시키고 지지층을 달래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과 일본, 인도, 영국, 호주 등 5개국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꼽은 만큼 한국과의 협상에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기보다는 관세 문제만 집중하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한·미 통상 협의 이후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이르면 내주 양해에 관한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이르면서 기술적인 조건들(technical terms)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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