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정책 엇박자 속 ‘이자 장사’ 확대
대선 앞두고 상생 금융 압박 커질 듯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5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 ‘신기록’을 쓴 데에는 1년 새 2000억원 넘게 늘어난 이자이익이 한몫을 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총 10조6419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분기 10조4046억원에서 2373억원(2.3%) 늘어난 수치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올해 해소되면서 4대 금융지주 총 순이익은 역대 1분기 중 최대치인 4조928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4조2215억원)와 비교하면 7074억원(16.8%) 늘었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내리면서 예대금리차와 이자이익이 줄어든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1분기 동안 모두 순증했다. KB금융이 923억원(2.9%)으로 증가 폭이 가장 컸고, 그 뒤를 우리금융(538억원·2.5%), 하나금융(522억원·2.3%), 신한금융(390억원·1.4%)이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비이자이익은 총 3조2515억원으로 1년 전(3조2980원)보다 465억원(1.4%) 감소했다. 은행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해 수익성을 높이기보다 이자 장사에 집중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당국의 ‘정책 엇박자’가 은행들의 이자 장사에 명분을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로 인하한 뒤에도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4%대 중반을 맴돌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완화가 시중금리에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같은 달 수도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며 가계대출이 반짝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했다.
이를 명분 삼아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고 예금금리만 낮추면서 이자이익 기반인 예대금리차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신한은행은 0.98%p에서 1.40%p, 우리은행은 1.16%p에서 1.30%p, 하나은행은 1.12%p에서 1.40%p, 국민은행은 1.25%p에서 1.33%p로 늘었다. 당국의 금리 관치에 은행들이 편승해 수익을 낸 셈이다.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으로 금융지주를 향한 ‘상생 금융’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4대 금융지주는 실적 발표에서 일제히 관세 피해 소상공인 대출 지원, 녹색 금융 등 관련 계획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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