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르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거나 일상 속 작은 활동에도 쉽게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돌연사를 유발하는 ‘비후성 심근증’ 위험 신호일 수도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 몸의 엔진인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 이상 펌프질을 하면서 7000 리터 이상의 혈액을 전신으로 공급한다. 이런 심장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심근(병)증’ 중에서도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 혈액이 순환하는 통로를 막고,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실신 등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비후성 심근증으로 인한 돌연사는 격렬한 고강도 운동과 관련이 많다. 10~35세 사이의 젊은 성인이나 아동에게서 운동 중 흔하게 발생한다. 20~29세 젊은 비후성 심근증 환자 사망률이 같은 연령대의 일반 미국 인구에 비해 4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후성 심근증은 부정맥, 심부전 등 각종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초음파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심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면 초음파를 이용해 심장의 크기와 기능, 두꺼워진 심장 근육의 두께를 확인할 수 있다.
금식이나 특별한 사전 처치가 필요없고 통증에 대한 우려가 없다. 검사 시간은 보통 20~30분 정도 소요된다. 2021년부터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심장 질환이 있거나 의심되는 경우, 경과 관찰이 필요한 경우 연간 1회 심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손일석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은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초기 증상을 놓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심장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돌연사 가족력과 심전도 심장비대증 등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은 심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20~30분간의 심초음파 검사로 비후성 심근증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건강검진을 받을 때 심초음파 검사를 추가해 심장 건강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면서 "심혈관 증상이 있거나 돌연사 가족력이 있다면 심장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비후성 심근증 가족력이 있다면 심초음파 검사가 권장된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 단백질 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의 이상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 중 한 명에게라도 비후성 심근증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에 달한다. 실제 비후성 심근증을 진단받은 소아 환자의 50~60%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후성 심근증 진단을 받으면 증상의 유무와 좌심실 유출로 폐쇄 정도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비후성 심근증 첫 치료제인 마바캄텐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었다.
비후성 심근증을 예방하려면 심초음파 검사와 심전도 검사,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를 시행해볼 수 있다. 12세부터 선별 검사를 시작하며 대개 12~18개월 간격으로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이 추천된다. 최신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보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직계 가족일 경우, 심전도 및 2D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도록 돼 있다.
서정숙 부산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은 심혈관계 합병증은 물론 심장 돌연사까지 유발할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면서 "가벼운 신체 활동에도 숨가쁨이나 가슴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건강검진에서 심초음파 검사를 반드시 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마바캄텐이라는 먹는 신약의 등장으로 폐색성 비후성 심근증의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도 열린 만큼 간단한 심초음파 검사로 조기에 진단하고 빠른 치료로 건강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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