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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英 앤드루 왕자 성범죄 폭로한 여성,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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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6 15:31:27 수정 : 2025-04-26 15: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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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와는 2022년 거액의 합의금 받고 다툼 끝내
가족, “성범죄 피해자들 일으켜 세운 빛” 애도 성명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65) 왕자와 미국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의 성 착취 범죄를 고발했던 미국계 호주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41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5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여성 인권 활동가이자 ‘미투’(Me Too)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주프레는 이날 밤 호주 서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州)의 한 시골 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주프레가 하루 전인 24일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대도시 퍼스 북쪽의 교외에서 남편, 세 자녀와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9년 미국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 착취 범죄 관련 재판에 출석한 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1983∼2025)가 법정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프레는 지난 24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AP연합뉴스

주프레가 유서를 남겼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여러 정황상 타살이나 병사는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주프레는 가족의 지인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7세이던 2000년 주프레는 우연히 금융계 거물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만났다. 은밀하게 미성년자 성 착취 및 성매매를 저질러 온 엡스타인은 이듬해인 2001년 그를 영국 왕실의 앤드루 왕자에게 소개했다.

 

훗날 주프레는 엡스타인과 앤드루의 성 착취 범죄를 폭로한 뒤 “프랑스 남부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을 때 엡스타인의 지시로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했다. “그 대가로 엡스타인으로부터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를 받았다”고도 했다. 엡스타인은 여러 건의 미성년자 성 착취 및 성매매 혐의로 2018년 기소돼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며 수감 생활을 하던 중 2019년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주프레의 주장에 대해 앤드루는 “엡스타인과 친하게 지낸 것은 맞으나 성 접대를 받은 적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영국 왕실은 처음에는 침묵을 지켰으나 대중의 따가운 눈초리를 언제까지 견딜 수는 없었다. 결국 2019년 11월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결단에 따라 앤드루는 왕족으로서 모든 공무 수행을 중단하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엘리자베스 2세는 앤드루가 왕자로서 지니고 있던 영국군의 명예 계급도 전부 박탈하고 왕실 지원금까지 끊어 버렸다.

 

제프리 엡스타인 및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와 관련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사진. 앤드루 왕자(왼쪽)가 미성년자인 버지니아 주프레(가운데)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고 있다. 오른쪽은 엡스타인의 여자친구인 지슬레인 맥스웰. AFP연합뉴스

다만 2022년 법정 밖에서 주프레와 앤드루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 합의금은 1200만파운드(약 230억원)로 알려졌다. 이로써 앤드루는 형사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

 

주프레의 가족은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내놓은 성명에서 고인을 “성적 학대와의 싸움에 치열하게 임한 전사(warrior)”라고 불렀다. 이어 “성범죄를 겪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위대한 빛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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